임소형 기자

등록 : 2017.06.19 17:08
수정 : 2017.06.19 17:08

고리 1호기 역사 속으로… 40년 에너지 정책 ‘대전환’

문 대통령 "원전 안전은 곧 국가 안보"

등록 : 2017.06.19 17:08
수정 : 2017.06.19 17:08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정지를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19일 밝혔다. 우리나라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되는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40년 만에 근본적으로 전환된다는 선언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큰 그림을 공개했다. 새 정책의 원칙은 이제까지 산업화를 위한 ‘가격과 효율 우선’에서 벗어나 ‘환경과 안전 우선’으로 요약된다.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며,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고리 1호기는 해당 부지를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까지 포함한 해체 절차가 2023년 12월 완료될 예정이다. 전기는 더 생산하지 않지만,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앞으로 최소 15년이 더 걸린다는 얘기다. 해체 절차는 ▦해체계획 마련 및 승인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 ▦시설물 해체 ▦부지 복원의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한다”며 “앞으로 해체 과정에서도 많은 분이 땀 흘려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가동 정지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원전 사고를 막기 위해 향후 원전 안전성 확보를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를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5ㆍ6호기는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등을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아이들과 정지 버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전기요금 인상이나 전력수급 불안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곧 마련할 탈원전 로드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원전을 서서히 줄여가는 방향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도 신규 건설이 전면 중단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노후 석탄화력 10기를 임기 안에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고, 산업용 전기요금 재편도 공식화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면서 친환경 에너지 세제를 정비하고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분명히 가야 할 길”이라는 정책 추진에 대한 굳은 의지도 표명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큰 틀의 방향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황주호(경희대 교수)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사회 각계각층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구체적 정책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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