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친박_비박 간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현역의원 40여명이 공천 물갈이 대상이라는 ‘살생부(殺生簿)’의 진위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29일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개정안과 테러방지법 처리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의총과 최고위원회의를 오가며 종일 살생부를 놓고 막장 다툼을 벌였다. 각종 음모론이 나돌고, 자작극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번 살생부 논란은 비박계에 속하는 정두언 의원이 김 대표의 측근으로부터 들었다며 언론에 공개한 현역의원 물갈이 관련 얘기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가 친박 핵심인사로부터 현역의원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을 받았으며 거기에는 정 의원 자신도 포함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이다. 파문이 커지자 김 대표는 “물갈이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29일에도 김 대표가 지난 26일 자신을 직접 불러 “(물갈이 대상 명단에) 정 의원이 포함돼 있다. 겁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총선 공천 때만 되면 주요 정당 주변에서 현역의원 공천탈락 명단, 즉 살생부 얘기가 으레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 살생부 논란에는 당 대표가 중심에 있어 여느 때보다 파문이 크다. 정황상 김 대표가 정 의원에게 현역의원 물갈이 관련 얘기를 상당히 진지하게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집요한 추궁에 김 대표가 최종적으로 “떠돌아 다니는 얘기를 정 의원에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물러섰다. 한때의 소동으로 끝내고 당내 갈등부터 봉합하려는 모양새다.
이로서 이번 소동이 잦아들지는 모르나 그 바탕에 친박계와 비박계 간 권력다툼과 주도권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난해 여름 박 대통령의 배신정치 심판 발언 이후 눈 밖에 난 현역의원들의 물갈이 설이 무성하게 제기돼 왔다. 최근 전략공천 확대 문제를 놓고 비박계의 중심인 김 대표와 친박계가 주도권을 쥔 공관위가 충돌한 것도 같은 선상이다. 진위와 별개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며 의구심이 많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라 안팎으로 안보상황이 심각하고 쟁점법안 처리 등이 지연되고 있는데 집권 여당은 공천 갈등으로 지새고 있으니 한심하다. 정치혁신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고 큰 소리를 칠 때는 언제고 지금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새누리당은 최근 최고위원실 백보드에“정신 차리자, 한 순간에 훅 간다”는 경계의 말을 내걸었다. 현재의 오만한 자세라면 정말 그리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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