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동 총감독 맡은 배형민 교수
“작가·작품 위주 비엔날레 지양
주제 연구·정책 대안 위주로”
“전면 철거식 개발이 통하지 않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도시 경영에서 건축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비엔날레라는 국제행사 형식으로 도시 건축을 다뤄 보려는 것도 그래서죠.”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9월 1일~11월 5일 서울 돈의문 박물관마을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 각지에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연다.
올해를 시작으로 홀수해마다 9~11월 열리게 될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초대 총감독을 맡은 배형민(56)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건축비엔날레의 탄생 배경을 “도시문제의 창조적 대안을 자유로이 제안하는 문화 기반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 두 차례 한국관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는 배 교수는 스페인 출신 건축가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동 총감독을 맡았다.
행사 개막을 4개월여 앞두고 2일 서울시립대 연구실에서 만난 배 교수는 “더 이상 건축을 사적인 영역에서 건물 짓는 행위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량 등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생활양식이 도입되면 달라질 도심 공간을 조정하는 게 바로 건축가가 할 일”이라며 “전시와 심포지엄, 지역연계 프로그램 등 복합 문화 형식인 비엔날레를 통해 건축을 매개로 한 총체적인 도시 탐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그에 따르면 국제 이슈로 부상한 미세먼지 문제도 건축가의 시선으로 풀어낼 여지가 있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려면 측정망을 확충해 세밀한 측정값을 내야 하는데 여기에 건축가가 개입할 수 있다.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생활 동선 설계도 건축가의 몫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작가와 작품 위주인 다른 건축비엔날레와 달리 주제 연구와 정책 제안이 주가 되는 행사다. 그는 “건축은 지역사회와의 관계, 도시 현안과 정책 등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서울이 당면한 이슈와 관련한 미래 도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서울은 건축가의 역할을 건물 건립 이상으로 확장하는 ‘건축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한 곳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면 개발보다 재생을 통한 공동체 문화 활성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도 공유도시로 정했다. 행사 기간 중 공기, 물, 땅 등 공유도시를 이루는 요소를 다루는 주제전과 세계 도시의 공유도시 관련 공공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도시전이 열린다. 전시와 학계 연구 등을 연계한 현장 프로젝트 ‘서울랩’도 진행된다.
첫 행사지만 준비는 순조롭다. 현재 도시전 참가 의사를 밝힌 도시가 47개국에 이른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도심을 새로운 생산기지로 바꾸는 세계 도시의 프로젝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가령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은 옛 해군 기지를 문화예술 단지로 재개발한 네이비 야드 프로젝트를 도시전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시민과 각계 전문가가 교감하면서 서울의 도시 건축을 함께 논의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현장 프로젝트가 열릴 세운상가, 을지로지하상가 등을 찾은 젊은이들이 서울의 도심제조업이 대기업 이상의 가능성을 지녔음을 알게 됐으면 좋겠네요. 제가 너무 순진한가요.”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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