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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효성 있는 영수회담을 원한다면 여건부터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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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효성 있는 영수회담을 원한다면 여건부터 마련하라

입력
2016.1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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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좀처럼 정국 수습의 가닥을 못 잡고 있다.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은 7일 여야 정당 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해 김병준 총리 인준 절차 협조를 요청하고 영수회담 개최를 조율했으나 헛일에 그쳤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김 내정자 지명 철회와 대통령의 탈당이 전제되지 않으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김 내정자 지명 철회와 박 대통령의 전권이양 의사 표명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한 비서실장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은 4일의 대국민사과 담화에서 밝혔던 각계 원로와의 면담 일환으로 이날 천주교와 개신교 원로들을 차례로 만났지만 이 역시 특별한 실효성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이 같은 어설픈 움직임이 오히려 국민의 의심과 분노만 키우는 역효과를 내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비치는 탓이다. 박 대통령은 현재 운신 폭이 매우 좁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 내정자 지명 철회와 박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간은 결코 박 대통령 편이 아니다. 오는 12일에는 또다시 대규모 광장 집회가 예정돼 있다. 그에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는 9일 회동을 갖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야당의 반대가 완강한 상태에서 김병준 총리 인준 절차를 고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파국을 피하고 정국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화가 되려면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김 내정자 지명 철회와 2선 후퇴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 거국중립내각을 하겠다면 탈당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다분히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정국 수습안을 내놓았다가 결국 낭패를 봤다. 보좌시스템이 붕괴된 탓인지 모르지만 다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야당도 정국 수습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 분출하는 하야 요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분노의 목소리만을 좇아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것은 분명하지만 무조건 몰아붙이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수권 정당을 자임한다면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질서 있는 수습책을 찾는 데 앞장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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