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미사일 발사 궤적은 2012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와 비슷한 루트를 따르고 있다. 궤적 자체만 보면 추진체의 예상 낙하 위치가 공해상이지만 미사일의 기술적 결함 등으로 중간에 폭발할 경우 한국이나 일본 영토에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앞선 3차례의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 당시 동해상을 지나 일본 영공을 거쳐 태평양으로 날아가는 동쪽 루트를 택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4월과 12월 은하3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부터는 남쪽 루트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번에도 서해와 제주도 남서해역을 거쳐 필리핀 루손 섬 앞으로 날아가는 남쪽 태평양 방향의 궤적을 통보했다.
남쪽 루트로의 선회는 미국과 일본의 요격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란 명분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하게 미국과 일본을 자극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2009년 이전에는 자전 방향의 특정 위성이었고, 2012년부터는 극궤도 위성의 지구관측 위성이라 궤적 차이가 난다”면서 “주변국 영공을 일부러 겨냥한 것이 아니란 걸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통보문의 위도를 분석해보면, 운반 로켓 잔해 낙하 예상구역은 1단 추진체는 서해 바다, 보호덮개(페어링)가 제주도 남서해역, 2단 추진체는 필리핀 루손 섬 주변 태평양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2년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 때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중간에 폭발하거나 궤적을 이탈해 한국과 일본 영토로 잔해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4월 발사된 은하 3-1호의 경우, 발사 153초 만에 백령도 상공에서 폭발해 낙하한 로켓 잔해가 인가 근처로 떨어질 뻔한 적도 있다.
국제법상 영공은 영토와 영해 상공으로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미사일이 지나는 것만으로도 자위권 침해 논란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적국의 미사일이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공을 침해할 경우 방어뿐 아니라 도발 국가에 대한 응징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당장 일본 정부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에 들어올 경우 즉각 요격하도록 하는 ‘파괴조치명령’을 자위대에 내리는 등 반격 태세를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북한이 밝힌 궤적을 따를 경우 미사일이 자국 영토인 오키나와(沖繩)현 사키시마(先島) 상공 부근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 군 당국은 미사일이 우리 영공 침해 시 군사적 대응에 나설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우리 땅 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별도의 군사적 대응을 할지 여부는 전략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잔해물 낙하 예상 지점을 분석한 결과, 1단계 추진체와 보호덮개가 떨어지는 지점이 제주~중국항로와 인접해 발사예고 기간 동안 이 구간을 폐쇄 조치했다. 2단계 추진체 낙하 지점을 통과하는 인천~마닐라행 여객기도 운항 시간을 조정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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