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새내역 진입 도중 불꽃
3정거장 전에도 불꽃일고
‘쾅’ 소리 났지만 그대로 운행
승객들 방송 내용 관계없이
비상 문 열고 곧바로 대피해
“연기 가득한데 늑장 대처” 지적
일요일 아침 운행 중이던 지하철에서 불이 났다. 화재 직후 초동 대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승객들이 스스로 빠져 나오는 등 극심한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 열차는 화재 발생 15분 전에도 굉음과 함께 불꽃이 피어 올랐으나 그대로 운행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6시28분쯤 지하철2호선 잠실역 쪽에서 잠실새내역(옛 신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2036번)의 두 번째 칸 아래 배터리가 있는 충전기 부분에서 불꽃이 튀면서 발생했다. 열차는 비상제동이 걸려 멈춰 섰으며 열차 9번 칸 절반과 10번 칸은 승강장에 채 들어오지 못한 상태였다.
서울메트로 측은 “화재 발생 1분 뒤(6시29분) ‘안전한 차 내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했고, 다시 2분 후(6시31분) 대피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5분 이내에 초동 조치를 완료했고, 매뉴얼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이 나자 열차 안에 있던 승객과 지하철 역사에 있던 사람 100여명은 즉각 대피에 나섰다. 특히 불이 난 2번 칸과 인접한 1, 3번 칸 안에 있던 승객들은 비상 레버를 돌려 열차 문을 열고, 안전문(스크린도어)을 밀어 자력으로 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하철 승강장에 채 들어오지 못한 9, 10번 칸 승객 10여명은 앞쪽 상황을 초기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열차는 잠실새내역 도착에 앞서 3정거장 전인 강변역에서 단전 사고가 발생, 두 차례나 “쾅”” 소리가 나면서 불꽃이 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 전기결함이라는 내용으로 안내방송을 한 다음 운행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나 안전불감증도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 등에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과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승객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대피방송도 없이 문도 열어주지 않아 강제로 개방했다” “밖에서 연기가 나는데 안내방송에서는 ‘큰일이 아니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등이다. 사고 열차에 탑승해 있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승강장은 이미 연기로 가득했고, 화재 현장에 불꽃이 튀고 있어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출입문 밖으로 나가지 말고 안전한 차 안에서 잠시 대기하라는 1차 안내방송을 했던 것”이라며 “이후 조치는 매뉴얼에 따라 대피방송을 하고 최대한 빨리 기관사와 차장이 내려 승객을 대피시켰다”고 해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오후 KBS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이런 경우 전동차에 머무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한다”며 “1~2분 후 (출입문을) 개방해서 탈출하게 했고, 이번 사고 원인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재전문가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작은 불이라도 대중교통에서는 긴급하게 탈출하도록 해야 한다”며 “너무 과잉 대응 아니냐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연기가 났다면 일단 무조건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1990년 11월 생산된 노후 차량으로 이틀 전에도 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정비 불량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은 30분만에 꺼졌다. 사고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지하철2호선은 약 50분간 중단됐다가 운행이 재개됐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