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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회사엔 선급금, 국내 하청사엔 갑질…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7곳 33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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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회사엔 선급금, 국내 하청사엔 갑질…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7곳 33억 과징금

입력
2015.04.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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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인 A광고대행사는 2012년 9월 전자제품 광고를 발주 받고 미국과 국내 하도급 광고제작사에 각각 해외와 국내 촬영을 맡겼다. 하지만 계약 내용은 판이했다. 미국 제작사와 계약에는 촬영 전 계약금의 50%를 선급금으로 지급하고 촬영분 납품과 동시에 잔금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우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촬영이 미뤄지면 추가비용을 준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반면 국내 제작사와의 계약에는 선급금이 단 한 푼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계약금을 언제 준다는 내용도 없었고, 촬영 연기에 따른 보상 규정도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처럼 국내 하도급 광고제작사 700여곳에 차별적인 ‘갑질’을 일삼고 금전적 피해를 입힌(하도급법 위반)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7곳에 과징금 총 33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대행사 7곳은 제일기획(삼성) 이노션(현대) 대홍기획(롯데) SK플래닛(SK) 한컴(한화) HS애드(LG) 오리콤(두산)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대행사는 제작사에 촬영 등을 의뢰하면서 하도급계약서를 제때 발급하지 않기 일쑤였다. 광고제작이 끝나고 무려 1년 뒤에야 계약서를 교부하거나(대홍기획), 우선 ‘견적서’만 발급한 뒤 제작사가 광고제작을 끝내면 견적보다 적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발급하는(이노션) 식이다. 제작 과정에서 광고주의 변심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나 각종 추가비용에 대한 부담을 제작사에 떠넘긴 것이다.

하도급 대금도 제때 주지 않았다. 현행법상 대행사는 발주자(광고주)로부터 돈을 지급받은 날부터 15일 또는 용역 수행 종료일로부터 60일 중 먼저 도래한 날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7곳 중 이를 지킨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제일기획의 경우 수급사업자 185곳에 하도급 대금을 법정지급기일보다 최대 483일 늦게 지급해 이렇게 발생한 미지급 지연이자만 해도 3억원이 넘는다.

광고업 이외에 매장인테리어 공사 등 실내 건축업도 하는 이노션 대홍기획 SK플래닛 한컴 등 4곳은 하청 건설업체에 법적 의무사항인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업계의 불법 관행을 건축업에서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광고주들이 애초에 자신들과 광고예약을 불명확하게 맺기 때문에 자신들도 제작사와 정상적인 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행사들의 항변. 그러나 이런 대행사들이 외국 제작사와는 정상적 계약을 맺는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 매출액 1,000억이 넘는 대행사들이 전자계약서가 아닌 수기(手記) 계약서를 쓰고, 계약서에 대금 지급 날짜를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조만간 광고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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