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택·이건호·문상의씨
UAE 국제기능올림픽 참가 중
女강세 종목에서 금메달
“어머니가 처음 권하셨을 때, ‘남자가 무슨 미용(헤어디자인)이냐’고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간 고생하신 어머니께 금메달을 걸어 드리고 싶어요.”
“아버지께선 ‘(화훼장식은) 남자가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대하셨어요. 이제는 아버지야말로 누구보다도 든든한 저의 지원군입니다.”
14일부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고 있는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14~19일)에서 헤어디자인, 화훼장식, 의상디자인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강세였던 종목에 도전하는 남성 트리오가 있다.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을 구분하는 추세가 줄어들고 있다지만 벽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들은 사회적인 편견을 뚫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헤어디자인 직종에 참가하는 김근택(22·안미경헤어비전) 선수는 어머니의 성화로 처음 미용학원에 등록했다. 김 선수는 16일 “어머니께서 매 대회 오셔서 많이 챙겨 주셨었다”며 “1차 평가전을 앞두고 입원했을 때도 본인 탓이라며 가슴 아파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대회 때마다 손끝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1, 2시간 정도만 잠을 청한다.
화훼장식 직종에 참가하는 이건호(20·제일꽃백화점) 선수는 자신이 다니던 고교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가 열렸는데 그때 화훼장식 경기 관리요원으로 투입됐다가 화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아버지가 화학과로 진학했던 아들이 갑자기 화훼장식을 한다고 하니 많이 당황해하셨다”고 전했다. 이 선수는 국내대회에서 가위로 손을 다쳐 다섯 바늘을 꿰맸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
의상디자인 직종의 문상의(19·인천시여성복지관)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해하며 의상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 고1 때 한국산업인력공단 숙련기술전수과정 교육에 참여했던 다른 친구들 모두 과제를 완성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혼자 새벽 1시까지 남아 완성하는 등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왔다. 중동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는 68개국 1,2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며, 한국은 42개 직종, 46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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