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역 위안부 동상 건립 앞장
싱·탕씨, 위안부 회의 참석 방한
“한일 합의는 日에 핑계거리만 줘
한국은 日과 재협상 나서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 가해국에 ‘핑계거리’만 줬을 뿐인걸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30년 안팎 판사 경력을 지닌 릴리안 싱(Lillian Sing), 줄리 탕(Julie Tang)씨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15년 한일합의를 무효화하고,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계 미국인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한일합의’에 관해 얘기하는 건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
‘난징대학살 배상연합회’ 창설 등에 참여해 온 싱과 탕씨는 2015년 4월 ‘위안부기림비건립을위한정의연대(Comfort Women Justice Coalition·CWJC)’를 만들어 공동의장으로 취임, 보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정년이 없는’ 판사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정의재단은 주된 활동으로 미국 전역에 기림비를 세우고 있다. “아시아 역사 교육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미국 대중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작업”(싱)이자 “일본이 여전히 진실을 부인하고 있어 필요한 활동”(탕)이다.
둘은 부연을 이어 갔다. “일본군 위안부는 국가가 주도한, 거대한 규모의 인신매매였어요. 그럼에도 일본은 아직까지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과조차 않았어요, 실체적 진실을 부인하는 건 물론이고요.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다지 큰 잘못은 아니었다’고 여기는 셈이죠. 그래서 우리는 (기림비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결코 괜찮지 않다(It is not okay to do that)’는 뜻을 끊임없이 전달해야 하고요.”
정의연대는 지난 9월 미국 내 공공부지 중 8번째로, 또 대도시 중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메리스 스퀘어파크에 동상을 세웠다. 2015년 시의회에서 기림비 건립을 결의한 지 2년 만에, 그것도 일본 정부의 방해공작을 뚫고 이뤄 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기림비는 한국·중국·필리핀 소녀가 서로 손을 잡고 둘러서 있고,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보는 형상이다.
싱씨는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제기한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 “모든 위안부 피해자에게 ‘이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It is not our fault)’라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9월 22일) 제막식에 이용수 할머니가 오셨는데, 김학순 할머니 동상을 와락 끌어안으시면서 ‘너도 여기에 왔구나’라고 우시는데… 거기 있던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죠.” 동판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여성과 소녀 수십만 명이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을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영어 일어 등 5개 국어로 적혀 있다.
‘일본군위안부관련기록물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8개국 14개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2015년 5월 결성) 주최로 열리는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이들은 “한일협정 무효화 및 재협상에 대한 호소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게 주 목적”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등 7가지 요구 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상식적 협의를 한 ‘당사자’에요. (위안부 문제) 책임자가 된 셈이죠. 이제라도 국제 기준과 상식에 맞는 협상에 다시 나서야 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만큼 일본군 위안부를 단순히 한일 양국 문제로 좁힐 게 아니라 중국 대만 등 다른 피해국까지 아우르며 논의를 해야 해요. ‘인권’에 있어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 줄 때가 지금인 거죠.” 인터뷰 중 가장 단호한 말투로 이들은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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