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 전면 폐지할 예정이던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4년 더 유지키로 했다. 법무부는 3일 “각계의 의견에 따라 사시(司試) 폐지를 유예하고, 그 사이에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결정은 사시 존폐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워낙 커지는 바람에 도저히 예정대로 사시 폐지를 강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동안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학법학교수회 등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기회를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시 존치를 주장해 왔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와 한국법학교수회는 로스쿨ㆍ변호사시험 출신과 사시ㆍ연수원 출신에 대한 차별의식 등을 이유로 예정대로 사시를 폐지하고, 전면적 로스쿨제로 이행할 것을 외쳐왔다.
여론은 사시 존치론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로스쿨의 고액 수업료는 사회적 약자가 감당키 어려워 그나마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던 기회인 사시를 전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일반 국민의 감정에 더 잘 들어맞았다. 더욱이 대졸자 취업난이 날로 극심해지는 가운데 이른바 ‘금수저-흙수저론’이 확산되고, 최근 로스쿨에 다니거나 졸업한 국회의원 자녀들의 졸업시험이나 취업과 관련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논란이 잇따르면서 로스쿨제에 대한 여론의 회의를 부른 게 결정적이었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4%가 존치에 찬성했다.
우리는 정부의 방침을 이해한다. 어떤 정책도 압도적 여론까지 거슬러가며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이유에서다. 사시 폐지를 무조건 사회적 사다리 치우기로 규정하거나 로스쿨을 혜택 받은 소수만의 운동장이라고 여겨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로스쿨에 풍부한 장학제도가 있어 실제로는 저소득층 출신의 법조계 진출을 가로막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공감하지는 않는다. 가정형편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또한 변호사 자격이 과거처럼 부와 명예를 동시에 보장하지 못해 더 이상 사회적 사다리가 아니라는 주장에도 수긍하기 어렵다. 법률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변호사자격 취득 후의 행로가 출신 집안에 따라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적’이 좌우하는 사시제도와의 차이가 뚜렷하다.
다만 그런 현실을 이유로 오랜 논란을 걸친 사시 폐지 방침을 저버릴 수는 없다. 잊었겠지만, 사시는 ‘고시 폐인’등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따라서 법무부가 밝혔듯, 4년의 유예기간은 사회경제적 로스쿨 진입장벽을 실질적으로 허무는 등의 제도개선에 써야 한다. 그 결과 존치론이나 서민의 원망이 잦아들 때 비로소 사시는 전폐해도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