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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정당은 선거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17.03.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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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왼쪽)가 지난달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회원의 날' 행사에서 조윤제 연구소장으로부터 정책제안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왼쪽)가 지난달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회원의 날' 행사에서 조윤제 연구소장으로부터 정책제안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이 선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자주 강조하는 말이다. 당내 경쟁 주자들로부터 매머드급 캠프와 자문그룹에 대한 공격을 받을 때마다 “선거의 중심이 정당이 되고, 선거에 이겼을 경우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가 돼야 한다”고 반복한다. 너무나 교과서적인 답변인 탓인지 경쟁주자들은 토론회 때마다 집요하게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문 전 대표의 캠프는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아님에도 유명 인사들과 전문가들의 지지 선언과 영입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경쟁자였다면 부러울 법도 하다. “제가 대세 맞더라”는 문 전 대표의 말도 단순한 농담만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캠프와 자문그룹이 인재 영입과 정책 개발을 주도할수록 선거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민주당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에도 대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위원회가 설치됐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달 열린 인재영입위 회의에서 “민주당에 국민이 주신 사명은 이번만큼은 절대 정권교체를 하라는 것”이라며 “인재 발굴과 영입에 문호를 활짝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이 주도하는 인재 영입은 당의 승리, 당 중심의 승리를 견인해 내는 인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에 만난 원혜영 인재영입위 공동위원장은 “총선이 아니라 대선 때는 당 차원의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고 했다. 총선 때엔 당에 영입된 인사들은 공천을 받을 기회가 많지만, 대선 때 외부 인사들이 당을 돕는다고 나선다고 해서 돌아올 급부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캠프로 직행하는 편이 정권창출이라는 대의명분은 물론, 운이 좋으면 ‘공직’이라는 전리품을 챙기기 쉽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당 인재영입위는 명망가보다는 경제ㆍ교육ㆍ보건 등의 분야의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였고, 22일 6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수권능력을 키우기 위한 첫 발이지만, 이들이 48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나흘이 멀다 하고 발표되는 캠프의 인재 영입과 1,00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는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비교할 때, 원내 1당인 민주당의 현실은 너무 대조적이다. 민주당 1차 합동토론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전 대표의 대규모 싱크탱크와 경선캠프를 지적했을 때, 문 전 대표는 “당 정책연구소가 충분히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후보들의 활발한 정책 개발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각 주자와 캠프의 정책개발 경쟁이 결국 당의 정책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의 눈에도 당 정책연구소의 역량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당이 중심이 되는 대선을 기대했던 당원들과,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을 수권 대안정당이라 생각했던 유권자들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고백이었다. 그렇다고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이 만든 정책제안서가 당 정책위원회나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으며 당의 노선에 맞게 녹여낼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느 때보다 짧은 기간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캠프 중심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 뒤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당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전국적인 조직 동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거 승리뿐 아니라 집권 후 국정운영과 국회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이처럼 정당이 대선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이상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집권정당에 묻지 않고 손 쉽게 대통령 개인이나 캠프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서도 유력 주자들과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정당들은 다시 한번 자문해 봤으면 한다. 어떻게 해야 정당이 선거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말이다.

김회경 정치부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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