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楚)나라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한 장사꾼이 자신이 파는 창을 가리켜 세상에서 제일 뾰족하고 날카로운 창이어서 어떤 것도 뚫을 수 있다고 자랑하자 사람들이 앞다퉈 창을 구입했다. 이에 신이 난 장사꾼은 방패도 함께 팔 요량으로 자신이 파는 방패를 가리켜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방패여서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이를 이상히 여겨 장사꾼에게 당신이 파는 창으로 당신이 파는 방패를 뚫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자 장사꾼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창과 방패를 챙겨 도망쳐 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모순(矛盾)’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오늘날 국어사전에 ‘모순’은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의미하는 명사로 등재되어 있고 동사형으로 ‘모순되다’, 관형사형으로 ‘모순적’이라는 단어가 올라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 언어에서 모순된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표현이 ‘피로 회복’이다. ‘회복(回復)하다’는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다’의 의미로서 ‘국권을 회복하다’, ‘건강을 회복하다’, ‘신뢰를 회복하다’ 등의 용례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런데 ‘피로 회복’은 피로를 되찾는다는 의미가 되므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표현이다. 이 경우에는 ‘피로(疲勞)’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원기(元氣)’나 ‘기력(氣力)’을 회복한다는 말이므로 ‘원기 회복’ 또는 ‘기력 회복’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해야 한다. 만약 ‘피로’라는 표현을 살려 쓰고 싶다면 ‘피로 해소’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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