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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총리제 정착하려면 실질적 제청권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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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총리제 정착하려면 실질적 제청권 허용해야

입력
2017.05.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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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29일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내달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각료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분별한 신상검증을 비판하며 정책 질의에 집중한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아들 병역면탈 의혹 등 도덕성 검증에 주력했다. 자료 제출을 놓고 시작부터 진통을 겪긴 했으나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 없다 보니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청문회가 진행됐다.

이날 관심사 중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나누기 위한 책임총리제에 대한 이 후보자의 의지와 생각이었다. 이 후보자는 “책임총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라는 민주당 전혜숙 의원 질문에 “책임총리는 개념이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내각이 할 일은 총리가 최종 책임자라는 각오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헌법은 국정 2인자인 총리에게 장관에 대한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형식적인 제청권만 인정해 책임총리 대신 ‘대독총리’ ‘거수기총리’라는 소리를 들었던 게 현실이다. 물론 책임총리는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은 개념이다. 문 대통령도 저서 <운명>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총리가 국무위원 임명에 관여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 총리에게는 해임건의권을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후보자도 이날 “(총리의) 인사제청권은 애매하게 돼 있다. (대통령과) 의미 있는 협의를 하라는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의 악습을 끊으려면 내각이 정책 집행을 책임지도록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는 게 중요하다. 청와대가 내각 위에 군림하며 시시콜콜 간섭하는 바람에 행정부가 손을 놓다시피 했던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도입을 공약한 것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장관제는 소관부처 공무원에 대한 인사ㆍ운영권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책임총리제 또한 대통령과의 인사권 공유가 중요하다. 내각이 총리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기능하려면 장ㆍ차관 인사에서도 대통령과 총리 간 신뢰를 토대로 유의미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부처별 관리체제였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정책과제에 맞추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청와대는 중장기 국정과제에 집중하고 일상 업무는 책임총리에게 맡기겠다는 뜻이다. 총리로 하여금 내각을 책임지게 하려면 최소한 장ㆍ차관 추천권 내지 비토권 정도는 행사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분권과 협치의 새 정치를 열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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