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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공모는 그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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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공모는 그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목표"

입력
2015.08.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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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서 전직후 문학상 휩쓴 장강명

제16회한겨레문학상, 제2회수림문학상,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 제20회문학동네작가상. 소설가 장강명이 지난 3년 간 받은 상의 목록이다. 일간지 기자로 10년 넘게 일하다가 2년 전 문득 전업 소설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그가 데뷔와 동시에 문학상을 휩쓸다시피 할 줄 누가 알았을까.

가장 놀란 건 작가 자신이다. 최근작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문학동네?이하 ‘그믐’)이 문학동네작가상에 선정되던 날, 그는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비장한 소감을 남겼다. 10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작가를 만났다.

“2014년엔 몸이 달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에만 장편소설 다섯 편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게 2014년은 그에게 소설가로 살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었다. 마흔 넘어 갑자기 소설을 쓰겠다는 작가에게 아내는 흔쾌히 ‘오케이’를 했지만 조건을 붙였다. 1년 해보고 안 되면 접자는 것. 지난해가 절반이 넘어가도록 작가로 먹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전업 후 10개월 간 들어온 돈은 고작 30만원. 그는 반 포기 상태로 소설에 매달렸다. “잘 안 되면 어차피 재취업해야 하는데 지금 실컷 쓰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나 지난해 8월 수림문학상에 선정된 뒤 줄줄이 상복이 터지면서 취업의 위협에선 벗어났다. ‘그믐’은 그가 완연한 소설가로서 맞은 첫 해 쓴 소설이다.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을 칼로 찔러 죽인 남자와 그에게 아들을 잃은 어머니, 남자의 고등학교 동창인 여자가 등장한다.

“내 아들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열네 군데야. 내가 그걸 다 만져봤어. 난 그걸 평생 못 잊어.” 어머니는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남자의 삶을 망치는 데 인생을 바친다. “죽여버리고 싶어. 칼로 쑤시고 싶어. 다리 쩍 벌리고 있는 모습, 아무 데나 침 뱉고 이상한 소리 내고.” 여자는 폭력가장 아빠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모든 ‘아저씨’들을 혐오한다.

그러나 굳건하다 믿었던 기억은 한 꺼풀만 들춰도 그 허술함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아들은 명백한 가해자고, 여자의 아빠가 준 건 상처만은 아니었다. 왜곡된 기억에 잡혀 현재를 잃은 그들과 달리 남자는 미래에 묶인 입장이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능력을 가진 그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고 있지만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려고 애쓴다.

“죽음을 앞두는 상황은 언젠가 모두 겪게 될 일이잖아요. 90살이 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죽음만 기다리면서? 저는 예정된 죽음에 현재를 뺏기고 싶지 않아요.”

불확실한 과거와 뻔한 미래 사이에서, 작가는 현재를 건져 올려 독자 앞에 던진다. 그게 10대의 현재든 80대의 현재든, 현재를 유기하는 건 어쨌든 인간으로서 직무 유기인 것이다.

월간 ‘SF’웹진의 창간자답게 작가는 죽음이라는 숙명에 SF적 설정을 대입, 마치 다른 행성의 구전설화처럼 신비롭게 그린다. 장르적 설정을 주제에 용해하는 능력과 뛰어난 가독성은 최근 장강명 작가의 독주를 설명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는 ‘그믐’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난이도 있는 소설이라며 “이 이상 어렵게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학성과 대중성으로 분할되다시피 한 국내 시장에서 단호히 후자를 택한 것이다.

“10대들이 ‘달빛조각사’(SF소설)에 열광하고 중년 남성들이 김진명 ‘싸드’를 예약 구매하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요즘 사람들 책 안 읽는다고 불평하는 건 좀 말이 안되지 않나요? 그 독자들을 데리고 와야죠. 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게 목표예요. 이번 상을 마지막으로 문학상 공모는 그만하고 앞으론 책 판매한 인세로 먹고 살 겁니다.(웃음)”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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