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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 고민 중… 쉽게 당선될 곳 고르지는 않겠다"

입력
2015.05.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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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을 재보선 지원 재기 발판, 사회적 책임 다하겠다 마음가짐

시장직 걸고 주민투표 결과적으로 당에 도리 아닌 일 했다는 평가 인정

정치권 무상급식 첫 단추 잘못 끼워, 복지 우선순위 합리적 결정해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0일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의중을 밝히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0일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의중을 밝히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오세훈(54) 전 서울시장은 여전히 논쟁적인 정치인이다. 현실 정치에서 한 발 물러난 지 4년 가까이 됐지만 무상급식 논란이 일 때마다 여론의 장으로 소환된다. 지난 2011년 시장직까지 걸고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추진한 전면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던 모습이 강하게 각인된 때문이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혜택이 주어지는 무상복지에 대해서는 그는 지금도 거침이 없다. ‘돈 복지’ ‘표 복지’ ‘현금 살포형 복지’라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도 다분히 논쟁적이었다. 최근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석좌교수로 임용된 오 전 시장은 지역ㆍ계층ㆍ세대간 격차 문제와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씨앗이 뿌려진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해법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 기대 섞인 희망인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박원순 현 시장에 대해서는 “내가 추진했던 ‘디자인 서울’ 같은 주요 정책을 처음에는 극구 부인하더니 3년쯤 지나서야 정책을 이어서 하고 있다”며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총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오 전 시장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_27년 야당 텃밭인 서울 관악을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고 갔다. 새누리당이 한번도 선택 받지 못한 힘든 곳이어서 한시도 안심할 수 없었지만, 유권자 반응이 호의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기대를 가졌다. 다만 이번 재보선 결과가 내년에 재앙이 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 입장에서 굉장히 다행스러운 결과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과연 이게 다행이기만 한 거냐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저를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시거나 오랫동안 공백기를 가진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을 뵈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꽤 있었다.”

_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를 다시 하는 건가.

“그렇다. 다시 정치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저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나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아 관속에 있다 이제 겨우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다시 걸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시장을 두 번씩이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도가 정말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_20대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고민 중이라고 말씀 드리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장 직접적인 형태가 정치라면 간접적으로는 강연이나 저술에서 여러 의견을 내놓는 등의 방법으로 ‘메시지의 발신지’가 되는 것이라 본다. 국회의원ㆍ시장으로 10년 가까이 쌓은 정치 경륜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있다.”

_당에서 요구한다면 나설 용의는 있나.

“출마를 고민하더라도 두 개의 원칙은 분명히 하겠다. 쉽게 당선을 생각할 수 있는 지역을 골라 가지는 않겠다. 욕심을 내자면 당에서 필요로 하고 특히 관건이 될 수도권 판세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더 좋겠다.”

오 전 시장은 다음 총선에서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지역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 덕에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에도 이름이 빠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20대 총선에서 한발 빨리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의 정치 행보에 여전한 난제는 지난 2011년 야당의 100% 무상급식 안을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했던 것에 대한 당내 비판이다. 개표 요건(33.3%)에 못 미치는 투표율(25.7%)이 나오면서 시장직을 사퇴했고 결과적으로 야당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내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_당내 평가에 동의하나.

“시장 직을 걸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자들께 도리가 아닌 일을 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동의하고 인정했던 바다. 하지만 무엇이 바람직한 가치냐에 대해선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정치가 아무리 ‘표’를 추구하는 것이라지만, 누군가는 그야말로 합리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모조리 휩쓸려 가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해당 연령대 자녀가 있는 유권자들에게 자녀 한 명당 얼마씩 (현금을) 주겠다는 공약이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_복지반대론자로 비쳐질 수 있고, 실제로 그 같은 비판이 따르기도 한다.

“한 마디로 정치공세다. (과연 야당이라고) 무엇이 바람직한 복지인지 모르나. 최근 강연을 갔는데 나한테 무상급식을 반대하지 않았냐고 한다. (주민 투표에 앞서) 소득 하위 70%까지 무상급식을 하기로 했다. 다만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했다. 그게 어떻게 무상급식 반대인가. 스스로 ‘복지 시장’이었다 자부한다. 일례로 서울시 전체 예산 중 복지예산의 비중은 시장에 취임했던 2006년 18%에서 시장 직에서 물러난 2011년 28%로 10%포인트 늘었다. 최저생계비의 120~150% 수준을 버는 차상위근로빈곤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도입한 ‘희망통장’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이어받아 ‘키움통장’ 정책으로 전국에 확산됐다. 5년 동안 만들어 낸 변화다.”

_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공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복지ㆍ증세 논쟁도 뜨겁다.

“왜 복지를 축소하거나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양자택일적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지금처럼 복지를 하면 어떤 세목의 어떤 세율을 올리더라도 재정은 금세 다 없어진다. 지속가능한 복지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복지를 줄이자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복지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복지 확대는 급식이나 보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복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합리적이냐는 거다. 여야를 막론하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 대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한다.”

_첫 단추는 전면 무상급식을 말하는 건가.

“마치 전면 무상급식이 되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되는 것처럼 하지 않았나. 복지의 틀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새로 짜야 한다. 소외된 분들에게 더 큰 복지가 돌아가도록 해야 했는데, ‘정치 복지’를 하면서 어긋났다. 표를 받으려니 여야가 경쟁적으로 ‘더 주자’ 그러면서 ‘표 복지’를 한 것 아닌가. 무상복지 광풍이 불기 시작한 지 지금 3년 정도 됐는데,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보편적 복지는 지속가능 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국민들의 굉장한 혜안이고 우리 사회의 복원력이다.”

오 전 시장은 복지ㆍ증세 논쟁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똑 같은 반복되는 건 “국가적 불행”이라고 단언했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 정책ㆍ공약을 내놓을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앞으로는 적어도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서 걸러지지 않겠느냐”는 말로 복지 포퓰리즘의 시효가 다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다뤄야 할 화두나 비전이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지난 4년 동안 주어진 정치 공백기 동안 고민해왔던 문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존이다.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해낸 것에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각종 격차 문제가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계층 간 격차, 세대 간 격차, 지역간 격차 등의 문제점을 아우르는 가치는 결국 공존이다. 지난 대선 때 나온 경제민주화나 지금의 복지라는 화두도 결국은 공존이라는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제2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_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이 공존의 화두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지도자가 될 걸로 기대했다. 계층ㆍ세대ㆍ지역 간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본다면, 그건 사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뿌려진 씨앗들이 지금까지 자라온 게 아니냐.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적어도 지역간 격차 문제 정도는 상징적으로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보고 상당히 큰 기대를 했다. 물론 아직은 기대 섞인 희망인 것 같다. 올해 집권 반환점을 도는 만큼 인사나 정책과 관련해 또 다시 기대를 해 본다.”

오 전 시장은 “공존이라는 가치가 도덕적 관념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험을 통해 몸으로 체화한 가치라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이카 중장기 자문단으로 지난 2013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남미 페루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생활한 경험이 자신감의 배경으로 보였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일 페루와 르완다에서 6개월씩 지내며 써내려 간 일기를 모은 ‘오세훈, 길을 떠나 다시 배우다’는 책을 최근 출간하기도 했다.

_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르완다는 종족분쟁으로 인종학살까지 벌어진 국가다. 인구의 10분의 1에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불과 20년 전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종족이 다른 사람들이 한 마을에 모여서 산다. 공존과 화해를 화두로 사회를 바꿔냈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있어 가능했다. 이제라도 공존이란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낼 것인가, 어떤 정책으로 구현해 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정치권부터 시작해야 한다.”

_격차 해소 문제를 앞세우기에는 ‘강남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야권이 저를 공격하기 위해 붙인 딱지일 뿐, ‘강남 시장’이라는 데 단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시장 재임시 추진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재산세공동과세를 보자. 재산세는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많이 걷히는데 구별로 걷은 재산세의 절반을 떼서 비강남 지역 자치구 예산으로 돌렸다. 이른바 부자 구로 통하는 강남3구에서 결사반대 했지만 설득을 거듭해 통과시켰다. 30대1 가까이로 벌어졌던 강남과 비강남 자치구 예산 규모 격차가 지금은 4대1 정도로 줄었다.”

_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등 재평가를 받는 정책들도 적지 않다.

“아직 평가를 내릴 때가 아니다. 분명히 해 둘 것은 DDP나 세빛둥둥섬에 최근 들어 사람이 모인다고 해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시설 모두 ‘마이스산업’(MICEㆍ회의 전시 관광)의 기초가 되는 컨벤션 시설이다. ‘감성 인프라스트럭처’라 이름 붙인 정책의 일환이다. 놀이 시설이 아니라 산업 시설이라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 경제적 성과가 나타날 때 제대로 된 평가가 시작돼야 한다.”

_시장 퇴임 이후 ‘디자인 서울’등의 정책이 재조명 받고 있는데 아쉬움은 없나.

“없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 5만달러까지 가려면 공장이 없는 서울은 문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정책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온통 마음이 쏠려 있었다. 절박한 필요성을 가지고 했다. 상당히 모험적인 투자였던 게 사실이고 욕 먹을 각오도 했었다. 지금이야 설명하기 쉽지만 당시에는 마이스산업이라 했을 때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됐겠나. 세빛둥둥섬을 ‘세금둥둥섬’이라 할 정도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얘기가 많았던 걸 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시청 공무원들로부터 박원순 시장이 처음에는 제 정책을 책상 속에 다 넣어놨다가 지금은 하나 둘씩 꺼내고 있다고 하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아 이제는 좀 기대를 해도 되겠다’ 그런 생각은 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최주호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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