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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해체에서 읽는 일본 대중문화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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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해체에서 읽는 일본 대중문화의 위기

입력
2014.08.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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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일본 문화 대표선수였지만

미야자키 은퇴 이어 제작부까지 해체

뒤이을 대중문화상품 안 보여

'이웃집 토토로(1988)'
'이웃집 토토로(1988)'
'천공의 섬 라퓨타(1986)'
'천공의 섬 라퓨타(1986)'

'모노노케 히메(1997)'
'모노노케 히메(1997)'

영국 런던의 템스 강변 남쪽은 ‘문화 특구’다. 각종 공연을 끌어안는 대형 국립극장이 있고, 명물 미술공간 테이트 모던이 위치해있다. 셰익스피어 생전의 연극극장을 복원한 글로브도 만날 수 있다. 영화 팬이라면 BFI(영국영화연구소)사우스뱅크 앞에서 환호할 만하다. 워털루 다리 밑에 둥지를 튼 이 세계적 시네마테크에선 고전영화와 최신 예술영화를 즐길 수 있다.

템스강을 바라봤을 때 BFI사우스뱅크 왼쪽으로 런던영화박물관이 있다. 옛 런던 주의회 의사당을 개조했다. 관광객들이 꼬리를 물고 서있는 런던아이를 앞에 두고 있다. 고색이 깃든 런던영화박물관 일층엔 일식당 하나가 들어서 있다. 이름은 오즈. ‘영화의 거리’이니 할리우드 고전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착안한 음식점으로 여길 수 있다. 아니다. 1960년대 서구를 매혹한 일본영화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의 성을 땄다. ‘동경이야기’(1953)와 ‘만춘’(1949) 등 숱한 수작을 남긴 감독이다. 강변에 놓인 식당이라 ‘작은 나루터’(小津)라는 한자의 뜻도 그럴 듯하다. 런던영화박물관엔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지난해 초까지 있었다. 런던 문화중심지에 일본 대중문화가 스며있는 풍경이었다.

유럽 극장에선 종종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은 스튜디오 지브리 솜씨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웬만한 대학마다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동호회가 결성돼 있다. 일본문화는 종종 애니메이션으로 통한다.

지난해 5월 영국 남부 휴양도시 브라이튼의 작은 극장에서 ‘이웃집 토토로’와 ‘반딧불의 묘’를 일주일 동안 특별상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지브리의 공동 설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가 각각 연출해 1988년 동시에 선보인 두 작품의 개봉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지리적으로 멀고도 먼 나라의 조그만 도시에서 생일상을 차려주다니.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과 지브리의 위세를 실감했다.

일본영화는 1960년대가 전성기였다. 구로사와 아키라와 미조구치 겐지, 나루세 미키오 등의 영화에 서구는 환호했다. 산업도 번성했다. 1970년대 내리막길에 들었다. 일본 고전영화를 향한 경탄에 비해 열도의 최신 영화에 대한 갈채는 엷었다. 지브리로 상징되는 애니메이션이 열도 안팎에서 일본 실사영화의 부진을 만회했다. 한국에서도 일본 실사영화는 소수가 즐기는 반면 아니메는 위상이 남다르다.

5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브리가 제작부문을 해체하고 일시 휴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브리의 신작을 당분간 마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브리의 제작부문 해체는 미야자키 감독의 지난해 은퇴 선언과 무관치 않다. 지브리와 동의어였던 인물이 퇴장했으니 제작 재개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일본영화 역대 흥행수입 1위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모노노케 히메’(1997),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지브리 대표작 대부분은 미야자키의 손에서 비롯됐다.

열도는 지브리를 확성기 삼아 일본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지구촌에 알려왔다. 지브리를 이을 열도의 대중문화상품은 무엇일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지브리의 황혼에서 일본영화, 열도 대중문화의 위기가 읽힌다.

wenders@hk.co.kr

▶과소평가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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