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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인천 초등생 살인범, 12개 가상 캐릭터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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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인천 초등생 살인범, 12개 가상 캐릭터로 살았다

입력
2017.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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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위터 기반 ‘자기 제작 커뮤니티(자캐)’

김양, 14개월간 15개 커뮤니티서 활동

가상세계 ‘베네치아 점령기’에서

박양과 주종관계로 지내며 절대 복종

#2

웹툰ㆍ게임ㆍ영화 기반한 ‘시리어스’

수백개 커뮤니티에 수천명 활동 추정

납치ㆍ시체해부 등 폭력적이고 잔인

#3

참여자들 자기 캐릭터 만들고

대사ㆍ지문으로 사건을 창작

“추리소설 직접 참여하듯 스릴”

캐릭터 연기하다 범죄 빠질 우려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양은 역할극을 즐기는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공범 박양을 알게 돼 주종관계를 맺었다. 가상세계에서의 이 관계가 범행을 유발했을까. 김양이 만들고 그린 캐릭터와 3월 체포 직후의 김양. 연합뉴스ㆍ일러스트 신동준 기자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양은 역할극을 즐기는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공범 박양을 알게 돼 주종관계를 맺었다. 가상세계에서의 이 관계가 범행을 유발했을까. 김양이 만들고 그린 캐릭터와 3월 체포 직후의 김양. 연합뉴스ㆍ일러스트 신동준 기자

#1. 1월 25일

오필리아 클레멘스: 너는 절대 자만하지 않을 테지?

아델리노 바로니: 오필리아께서 원하신다면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그의 처음 한 마디엔 굳이 대답하지 않고 모히또를 한 모금 마신다)

#2. 1월 26일

아델리노: (오필리아에게) 10대 때 내 총에 의해 어머니의 두개골이 박살 나는 것을 덤덤하게 눈앞에서 지켜 보고 뒤따라온 아버지도 함께 죽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을까 염려될 뿐입니다. 애써 걱정해 주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오필리아께서 주시는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3. 2월 1일

아델리노: (오필리아에게) 제 모든 것이 당신의 것입니다. 설령 제게 어려운 일이라도 얼마든지 명령하시는 대로. 저를 필요로 하신다니, 이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저의 언더(보스)께서, 오필리아께서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하는 마피아 아테나의 행동대원 아델리노는 언더 보스(조직의 2인자)인 오필리아의 지시에 복종하고 즐거워한다. 트위터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가상의 세계에서 역할극을 즐기는 커뮤니티인 ‘베네치아 점령기’의 한 대목이다. 참여자들은 스스로 자기 캐릭터를 만들고 트윗으로 가상의 싸움을 벌이거나 명령을 수행하는 등 사건을 창작한다. 가상세계에서 오필리아와 아델리노의 주종관계는 돌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는데, 이들 캐릭터의 실제 인물이 지난 3월 인천에서 초등 2학년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고교 자퇴생 김모(17)양과 공범인 재수생 박모(19)양이기 때문이다. 시신 훼손 등 엽기적 정도가 상상을 뛰어넘는 이 사건은 수사 결과 박양(오필리아)이 특정 신체조직을 요구함에 따라 김양(아델리노)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역할극에서 만난 두 사람이 과연 어떻게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게 됐을까.

캐릭터 커뮤니티 ‘베네치아 점령기’의 참가자 모집을 위해 만든 홍보용 홈페이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양과 박모양이 이를 통해 만났다. 인터넷 캡처
캐릭터 커뮤니티 ‘베네치아 점령기’의 참가자 모집을 위해 만든 홍보용 홈페이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양과 박모양이 이를 통해 만났다. 인터넷 캡처

12개의 가상 캐릭터로 살아온 소녀

김양과 박양이 즐겼던 이런 역할극은 ‘자기 제작 캐릭터 커뮤니티’ 일명 ‘자캐’라 불린다. 캐릭터 커뮤니티 운영자가 영화나 게임 등에서 차용한 가상의 시공간 배경과 평균 10~15일의 활동 일정을 설정한 뒤 20~30명의 참여자를 모집하면 희망자들이 자기 캐릭터를 만들고 대사와 지문을 지어 사건을 만들어간다. 참여자가 캐릭터 그림도 직접 그리는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김양은 캐릭터 그림을 6,000~2만8,000원에 팔기도 했다. 모든 참여자들이 캐릭터의 창작자이자 연기자인 것이다. 캐릭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이지운(가명)씨는 이를 ‘창의적인 놀이’라고 규정했다.

김양은 지난해 2월부터 캐릭터 커뮤니티에 빠져 들었다. 범행을 저지른 올해 3월까지 총 12개의 캐릭터를 만들어 15개의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캐릭터 커뮤니티를 즐기는 신예원(가명)씨는 “하루에 최소 2~3시간 이상은 투자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김양이 만든 첫 캐릭터는 지난해 2월 3일 ‘언더스왑’ 커뮤니티의 지하세계 좀비, 애프터글로우였다. 애프터글로우는 12명의 캐릭터들과 한 여성의 시체를 검시하며 살해 흔적을 찾던 중 게임 속 스파이의 둔기에 의해 5일 만에 사망했다. 같은 달 자살을 콘셉트로 한 캐릭터 커뮤니티에는 꿈이 많지만 현실에 절망하는 18세 서다희라는 캐릭터로 참여해 이틀째에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김양은 캐릭터 계정에 ‘사망한 서다희 캐릭터가 아쉽지만 커뮤니티는 즐거웠다’는 후기를 남겼다.

김양이 참여했던 커뮤티니 중에는 일상생활과 비슷한 가상세계도 더러 있었다. 그는 지난해 3월 ‘입주자 때문에 놀란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32세 무직, 조울증을 가진 알코올 중독자(화이트 모리스)로 34명의 캐릭터와 커플게임을 즐겼고, ‘이런 회사는 싫어’에서는 야근하는 신입사원(테트라 디커플)이 됐다. 지난해 5월에는 벚꽃을 의인화한 캐릭터 델리를 만들었는데, 27명의 캐릭터를 ‘아가’라고 부르며 보듬어 주는 사교성 좋은 큰언니 역할이었다.

김양이 작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만든 캐릭터들. 왼쪽부터 애프터글로우, 미앙트, 델리, 서다희, 풍백, 테트라 디커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각 캐릭터들은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다른 성격, 말투, 행동을 연기한다.
김양이 작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만든 캐릭터들. 왼쪽부터 애프터글로우, 미앙트, 델리, 서다희, 풍백, 테트라 디커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각 캐릭터들은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다른 성격, 말투, 행동을 연기한다.

엽기적 시리어스 커뮤니티 성행

하지만 갈수록 김양은 보다 폭력적이고, 살인 납치 감금 등 범죄가 난무하는, 잔혹한 세계로 빠져 들었다. 소위 시리어스 커뮤니티들이다. 지난해 5월 김양은 인형의 신체부위를 바꿔 끼는 미션을 하다가 사망하는 설정의 ‘비밀의 문’ 커뮤니티에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는 8세 아이(에이미 러드)로 등장해 “어머니가 좋아하니 내 눈을 단추로 바꿔 달겠다”고 말했다. 같은 달 김양은 4개의 캐릭터 커뮤니티를 한꺼번에 했고, 두 달 뒤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고교를 자퇴했다.

김양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3월 5일까지 활동한 ‘러스티 메타톤 호텔’ 커뮤니티는 동물 캐릭터들이 한 호텔에 갇혀 하루에 한 명씩 사라지는 설정이다. 사라진 동물은 매일 저녁식사로 제공된다. 이 시기 김양의 트위터 계정에는 인체해부 관련 대화가 자주 등장했다. “신체를 절단할 때 톱은 뼈와 힘줄을 잘라 내기 용이하고 칼은 사시미 칼이 잘 든다”는 등의 언급이다. 그는 “고어 관련 인체지식은 나에게 물어보라”며 해부지식을 자랑했다. “아버지가 의사셔서 알려 주신다”고도 했다. 그가 트위터에 가장 좋아하는 커뮤니티로 밝힌 것도 ‘러스티 메타톤 호텔’이다.

유혈이 낭자하고 엽기적인 설정의 시리어스 커뮤니티는 비슷한 게임, 웹툰 등이 늘면서 최근 성행하고 있다. 좀비들의 세계, 귀신의 신체 찾기, 사람을 주식으로 삼는 몬스터 등 고어 장르의 웹툰ㆍ게임ㆍ영화를 재가공한 커뮤니티들이다.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오신영(가명)씨는 “예전에는 개그, 일상 커뮤니티가 대부분이었는데 2~3년 전부터 일본 만화나 영화를 기반으로 한 시리어스 커뮤니티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온라인상 폭력ㆍ잔혹ㆍ혐오 콘텐츠는 2014년 416건에서 2016년 1,606건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참여자들이 캐릭터별 트위터 계정을 그때마다 새로 만들고 자기들끼리만 팔로우하는 폐쇄적 방식이라, 시리어스 커뮤니티의 규모나 내용은 세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1만3,936명의 팔로어를 둔 한 시리어스 커뮤니티 홍보 트위터 계정에는 하루 평균 20여개의 새로운 커뮤니티 모집 공고가 올라온다. 이런 홍보 계정들이 여럿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동시에 수백 개의 시리어스 커뮤니티들이 활동하고 수천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벼운 내용의 커뮤니티는 물론 더 많다.

김양이 지난해 12월부터 참여했던 러스티 메타톤 호텔 커뮤니티의 이미지. 캐릭터 커뮤니티 홍보를 위해 작성한 설명에는 카니발리즘(식인), 고어 등의 소재가 들어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인터넷 캡처
김양이 지난해 12월부터 참여했던 러스티 메타톤 호텔 커뮤니티의 이미지. 캐릭터 커뮤니티 홍보를 위해 작성한 설명에는 카니발리즘(식인), 고어 등의 소재가 들어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인터넷 캡처

사이버 세상과 현실의 혼동?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이 과연 현실에서 범죄를 야기하는지에 대해선 오랫동안 논란이 있어 왔다. 물론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모든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는 없다. 오씨는 “시리어스 커뮤니티를 하면 스릴이 넘친다. 시리어스 커뮤니티는 추리소설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내 캐릭터와 친한 캐릭터가 죽으면 ‘멘붕’이 오기도 한다”고 그 매력을 말했다.

다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폭력적 게임이 폭력성향을 증폭시킨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김은주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2017년 미국정신과협회에서 폭력적 게임의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 31개를 종합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폭력적 게임에 많이 노출될수록 이용자의 공격적 성향, 공격적 행동이 커지고, 사회적 행동, 공감능력, 폭력에 대한 민감성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죄를 유발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캐릭터 커뮤니티는 게임이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분류돼 방심위의 등급심의 등 규제와 감시에서도 벗어나 있다. 시리어스 커뮤니티 운영자가 참여자 모집 시 폭력성과 선정성의 정도를 임의로 표시하고 나이 제한을 두지만, 실명 검증이 안 되는 트위터 기반 활동이어서 참여를 제한할 길은 없다. 이씨는 나이 제한을 무시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한 김양에 대해 “김양이 자기가 성인이고 교육자라고 공공연히 트위터에 밝혀 그런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김양이 작년 2월 시작했던 언더스왑 커뮤니티 대화. 김양이 행동을 하면 운영자가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다. 인터넷 캡처
김양이 작년 2월 시작했던 언더스왑 커뮤니티 대화. 김양이 행동을 하면 운영자가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다. 인터넷 캡처

현실의 결핍, 가상세계서 찾아

건전한 이용자들과 달리 김양은 실생활에서 가상 캐릭터의 영향이 지대했다. 1월 3일 김양이 ‘베네치아 점령기’에서 박양을 주인처럼 받든 후 두 사람은 이와 비슷하게 깊은 관계가 됐다. 김양은 커뮤니티가 종료된 후인 2월 1일 트위터에서 관캐(관심 있는 캐릭터)가 생겼다며 고록(고백로그ㆍ사랑을 고백하는 메시지)을 작성할지 망설인다. 이후 “향님(박양의 아이디명)을 꼬실 것이다” “오필리아(박양의 캐릭터명)가 너무 섹시해서 그렇다” “오필리아가 무슨 예기를 할지 렘님(김양의 아이디명)은 너무 듣고 싶다” “자장가는 언제 불러 줄거냐”라는 트윗을 남겼다. 범행 얼마 전인 3월 21일에도 “언더 보스, 아델리노 좀 쓰다듬어 주세요”라고 말해 ‘베네치아 점령기’의 관계가 지속됨을 보였다. 박양도 김양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둘은 하루에도 10~20여개의 트윗을 주고받았다.

캐릭터 커뮤니티 베네치아 점령기에서 김양의 캐릭터였던 아델리노 바로니 트위터 계정. 프로필 사진에는 캐릭터 그림을 올리고 함께 참여한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트윗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인터넷 캡처
캐릭터 커뮤니티 베네치아 점령기에서 김양의 캐릭터였던 아델리노 바로니 트위터 계정. 프로필 사진에는 캐릭터 그림을 올리고 함께 참여한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트윗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인터넷 캡처

김양은 현실에서 애착관계 형성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퇴 전인 지난해 4월 교육부 정서행동특성검사 조사에서 ‘우울 및 무력, 의욕감소, 자살생각’에서 수치가 높게 나와 관심군으로 분류돼 담임교사와 Wee센터의 상담을 받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상담일지를 보면 김양은 SNS를 통한 소통을 많이 하며, 자신의 글과 그림을 SNS에 올리고 평가를 중시했고, 고집이 세 부모와 갈등이 있다고 한다. 김양은 8월 23일 공판에서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친구라는 존재에 애착했다”라고 진술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왕따를 당하는 등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어딘가 몰입하려는 욕망이 강한데, 김양의 경우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역할극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배운 듯한 해부 지식을 언급하고, 그 직후에 아버지가 의사라는 현실의 얘기를 하는 등 ‘반 가상 반 현실 인조인간’을 만들 듯 캐릭터에 몰입한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배 교수는 “안구가 없는 김양의 캐릭터 모습을 보면 현실에서 자신을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절히 사회화된 대부분의 사람은 가상과 현실에 거리를 두지만 김양처럼 부모와의 갈등, 왕따 등 현실의 부정적 경험을 통해 사회에 적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가상 캐릭터와 보다 일체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리어스 커뮤니티에 몰입하면서 김양에게선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짐들이 포착됐다. 배 교수는 “김양의 캐릭터가 독특하게도 체형이나 얼굴은 여자인데 남성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은데, 힘과 폭력적인 행위를 중시하는 심리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양이 시리어스 커뮤니티를 접한 이후 촉각, 색깔 등 감각에 집착하는 표현을 자주 했는데, 여기서도 직접 경험하고 만지고 싶어 하는 심리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범죄 실행 박양이 촉발했나

더욱이 김양이 현실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의지한 박양이 범죄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박양의 트위터 계정은 현재 모두 차단됐으나, 박양 역시 시리어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해부와 인육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은 2월 26일 트위터 계정에 “오필리아가 씹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 신도들이 캐릭터를 굶긴 뒤 인육을 먹였기 때문”이라며 좋아하는 부위가 심장과 폐라고 밝혔다. 다른 캐릭터의 팔다리로 음식을 만들어 자기 캐릭터에게 먹이고 싶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트위터와 김양의 진술을 종합해, 범행의 동기가 박양이 요구한 신체를 적출하기 위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구정우 교수 역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인물이 있었다는 게 이번 사건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그는 “김양과 박양이 ‘살아 있어?’ ‘손가락 예뻐?’ 등 범행 전후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박양이 김양을 부추긴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양과 박양이 평범한 10대였다면 아무리 잔혹한 가상의 캐릭터라도 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김양은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것까지 학교와 부모, 의료진이 인지했는데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김양이 마음을 나눈 또래는 오히려 범행을 부추겼고, 끝내 이를 실행에 옮기고 말았다. 죄 없는 8세 소녀는 그렇게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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