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래소 앱 다운받아 계좌 생성
은행계좌 이체 등 40만원 환전
코인맵에 “수도권 업소 81곳 사용 가능”
실제론 28곳만 받아… 대부분 ‘첫 손님’
전세계가 비트코인 광풍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약 80만원이었던 1비트코인 가격은 5일 855만원대(비트코인 거래소 빗썸 기준)로 10배나 폭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12일에는 2시간 사이에 651만원에서 800만원까지 약 150만원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도대체 비트코인이 뭐길래 이럴까. 지금 쓰이는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가상화폐라지만 정작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있기나 한 걸까. 그래서 직접 체험해 봤다. 40만원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생필품과 음식, 병원 진료, 각종 서비스를 구매했다. ‘비트코인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도전이다.
편의점, ATM, 앱: 비트코인 사기
“비트코인 충전카드 편의점에서 팔아요.” 포털 사이트에 ‘비트코인 사는 법’을 검색해 보니 이런 답이 나온다. 그 동안 숱하게 편의점을 이용했지만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당장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인근 편의점으로 향했다. 4곳을 가봤지만 “비트코인이 뭐냐”는 대답뿐. 5번째로 간 남대문의 편의점에서 드디어 OK비트카드를 발견했다. 3만원짜리 3장을 구매했다. 현금으로만 구매 가능하다.
카드는 샀지만 비트코인 계좌를 만들어야 비트코인을 쓸 수 있다. 이를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94종이나 있다. 거래소가 각각 다른 것이다. 규모와 수수료를 보고 적당한 거래소를 골라야 한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로는 빗썸, 코인원, 코빗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OK비트카드는 코인플러그에서만 거래된다. 코인플러그 앱을 다운받아 회원가입을 한 뒤 본인 인증과 은행계좌 등록을 하고 나니 34자릿수에 달하는 가상계좌 주소가 생성됐다. 이를 비트코인 지갑이라고 부른다.
OK비트카드의 바코드를 찍어 비로소 비트코인을 지갑에 넣었다. 비트코인 환율은 거래소마다 차이가 나는데 이 때 코인플러그에선 1비트코인(BTC)=902만4,000원이었다. 그렇게 0.00997347BTC을 샀다.
#2
결제 때 소수점 8자리 금액 입력 ‘진땀’
진료비 4400원에 수수료 4200원 붙고
환율 잘못 입력해 헛돈 1만여원 나가
총지출 25만원 중 수수료ㆍ환차손만 8만원
비트카드는 선물용으론 좋겠지만 더 보편적인 비트코인 구입 방법은 거래소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계좌이체를 하는 것이다. 코인플러그에 등록된 은행계좌에 30만원을 넣어 비트코인으로 바꾸고 추가로 1만원어치를 사 총 0.04700106BTC이 지갑에 들어왔다. 0.1%의 수수료를 뗀 금액이다. 거래소들은 통상 0.1~0.15%의 환전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오전 11시 비트카드로 비트코인을 샀을 때만 해도 902만원대였던 환율은 불과 1시간 후 계좌이체를 할 때 837만원대로 떨어졌다. 오후 2시 1만원을 추가 이체했을 때는 824만원대였다. 하기야 1주 전인 10월 31일만해도 1BTC는 730만원대였다. 이날 거래를 했다면 40만원으로 약 0.055BTC을 바꿀 수 있었지만 6일 기자는 0.047BTC밖에 사지 못했다. 내 돈의 가치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비트코인 ATM에서도 현금을 입금해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 서울역 지하에 ATM이 있었지만 에러 메시지만 뜨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구매에는 실패했다.
국내 결제 업소 128곳이라지만
비트코인을 사고 나니 매시간 시세를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됐다. 40만원을 들여 환전한 비트코인은 35만원이 됐다가 37만원이 되기도 했다. 소액이지만 등락에 따라 짜릿함과 초조함이 교차했다.
이 비트코인은 어디에서 쓸 수 있을까? 비트코인 사용처를 알려 주는 ‘코인맵(http://coinmap.org)’이 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사용처를 지도에 표시한 사이트로 비트코인 사용자의 오아시스인 셈이다. 코인맵에 등록된 상점들은 서울 51곳, 경기도 30곳 등 전국에 128곳이 있었다. 숙박업소, 음식점, 슈퍼마켓, 카페, 학원, 당구장, 화장품, 금은방, 안경점 등 다양했다. 비트코인 결제 업소가 이렇게 많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 달랐다. 등록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비트코인 결제가 되느냐”고 묻자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거냐” “비트코인이 뭐냐”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서울 업소 51곳 중 실제로 비트코인을 받는 곳은 18곳뿐이었다. 7곳은 폐업했고 나머지는 “등록한 적도 없는데 왜 올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결제하는 사람이 없어 더 이상 안 받는다” “등록은 했는데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고 했다. 경기 지역도 10군데만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는 3분의 1 정도만 비트코인을 받는 셈이었다.
8일 오전 10시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비트코인을 처음 사용해 봤다. 수세미, 크린백, 일회용 접시, 라면, 바나나 등을 골라 계산대에서 합산해 보니 4만2,700원이 나왔다. 결제를 위해 비트코인 지갑 앱을 켜고 휴대폰을 내밀었다. 점원의 표정이 멀뚱하다. “비트코인 결제요? 처음 듣는데….” 점원에게 슈퍼마켓 사장인 오상범(가명)씨의 휴대폰 번호를 받아 사장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받았다. 이 슈퍼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첫 손님이란다.
#3
비트코인 최대 발행량 2100만개
4년 단위로 채굴량 반씩 줄어
전문가들 “미래 화폐될 가능성 희박”
지하경제, 탈세 수단 악용 우려도
비트코인 지갑 앱에서 ‘송금’을 누르고 오씨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 34자리를 복사해 붙여 넣었다. 송금액은 0.00516324BTC. 비트코인 가격은 복사-붙여넣기가 안 돼 메모를 해 숫자를 일일이 입력했다. 34자리 주소와 소수점 이하 8자리 가격이라니. 결제하기도 불편하고 얼마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송금에 2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출력화면을 보니 물건 값 외에 4,200원이 추가로 빠졌다. 오씨가 말했다. “비트코인 지갑이 다르면 수수료 드는데 모르셨어요?” 타은행이체라 이거지. 다른 지갑에 송금할 때 건당 0.0005BTC의 수수료가 붙는다. 그런데 이런, 빠트린 물건이 있었다. 에프킬라와 치약 값 1만500원(0.00126964BTC)을 추가 결제했다. 송금수수료 4,200원이 또 붙었다. 카드나 현금으로 사면 5만3,200원이면 될 것을 6만1,600원을 준 셈이다.
10초 새 환율 급등, 송금엔 55분
“하하, 잘 오셨어요. 비트코인으로 결제하시는 첫 손님이시네요.”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꽃집 타샤의 정원에서도 첫 결제란다. 현관을 장식할 꽃 장식을 골라 “비트코인으로 얼마냐”고 물었다. 꽃집 사장 김수지(46)씨가 휴대폰으로 비트코인 환율(825만3,000원)을 확인했다. 올해 초 비트코인이 300만원대였을 때 김씨는 ‘0.003BTC=1만원’을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0.003BTC은 2만4,760원이다. “원래 3만원인데 0.003BTC에 드릴게요. 비트코인으로 사서 할인해주는 거예요.”
‘5,000원 벌었다!’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러나 웬걸. 비트코인 지갑 앱을 열고 접속하는 데 10초 정도가 지난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5만원 떨어졌다. 김씨는 다시 계산기를 꺼냈다. “잠시만요. 방금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네요. 그냥 0.0032BTC(2만6,400원) 주세요.” 비트코인 가격이 널을 뛰다 보니 물건 값을 비트코인으로 정해 둘 수가 없다. 결제할 때마다 일일이 실시간 환율을 확인하고 환산해야 한다. 21세기의 신기술 혁명인 줄 알았는데,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려 결제해야 하는 아이러니라니.
김씨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올초 친구 7명하고 속초로 놀러 갔는데, 한 명이 10만원 회비를 안 가져온 거예요. 비트코인 투자를 하던 친구여서, 비트코인으로 저한테 10만원어치를 송금하고 회를 먹었는데, 다음날 출금해 보니까 그새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서 11만원이 됐더라고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기자의 지갑에서는 비트코인이 빠져나갔지만 김씨의 지갑에는 도통 입금 표시가 뜨지 않는다. 비트코인 결제의 또 다른 맹점이다. 지갑이 같으면 즉시 송금이 되지만, 지갑이 다를 땐 송금 완료에 5분, 길면 1시간도 걸린다. “이래서 슈퍼에서 쓰기는 좀 힘들어요. 휴대폰 들고 한 시간씩 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하하.” 김씨의 지갑에 송금 중이라는 메시지가 뜬 것은 19분 뒤였다. 송금 완료 메시지는 55분이 지나서야 떴다.
10일 오후 고양시 일산 카이로프락틱(도수 치료)에서는 문 닫는 시간에 급히 시세를 계산하느라 환율 755만원을 575만원으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가 있었다. 모르고 넘어간 바람에 원래 2만원 지불해야 할 것을 결과적으로 3만1,300원을 냈다. 헛돈 1만여원이 나갔다. 금액이 소수점으로 나오니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이 잘 안 된다. 이경호(50) 원장은 “지갑 주소 34자리에서 한 자만 틀려도 엉뚱한 데로 송금되는데 익명성 기반이라 다시 되찾을 길이 없어요. 예전에 한 지인은 비트코인 광고에 예시된 주소가 진짜인 줄 알고 100만원 정도 보냈다가 그냥 날린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9일 낮 점심 식사를 위해 찾아간 서울 마포구 ‘거북이의 주방 신촌점’의 김용구(29) 사장은 기자를 환히 반겼다. “3년 전 비트코인 가격이 30만원 할 때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어요. 비트코인이 200만~300만원 할 때까지 결제하는 손님이 한 달에 1명 정도 있었죠. 2014년 이후 결제가 총 53회네요.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500만원이 넘고서는 꾸준히 오던 고객들도 더 이상 비트코인을 쓰지 않네요.” 이곳을 찾던 비트코인 결제 고객은 대학 교수, 비트코인 동호회원, 외국인 등이라고 한다.
8,000원짜리 하얀짬뽕을 먹고 비트코인 지갑 앱을 내밀었다. 김씨도 자신의 앱에 로그인한 후 QR코드를 내밀었다. 지갑 주소를 입력하지 않고 인식하는 방법이다. 결제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송금이 완료되지 않는다. “어? ‘최소 이체한도는 0.0001비트코인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데요?” 2,000원짜리 음료수를 더 시키고 다시 1만원을 결제했다. 또 입력 실수였다. 0.0095866BTC(약 8,000원)를 입력해야 했는데, 기자가 실수로 0.0009586BTC(약 800원)을 입력하는 바람에 최소 이체한도에 미달했던 것이다. 실수 연발에 돈은 계속 나간다.
투자 목적부터 신봉자까지
지금까지 경험한 것만으로도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 점주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9일 저녁을 먹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한솔민물장어구이에서 임동선(54) 사장은 “아들이 비트코인 앱을 깔아 주긴 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몰라요”라며 아들을 가게로 불러냈다. 택시를 타고 땀을 흘리며 들어온 아들 임세준(30)씨는 서슴없이 “비트코인은 화폐보다는 투자수단”이라고 말했다. “오늘 4만9,000원짜리 장어구이 가격을 비트코인으로 받았는데, 내일 시세가 뛰면 그만큼 이익이잖아요.” 그는 결제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최대한 보유할 계획이다.
슈퍼 사장 오씨, 카이로프락틱 원장 이씨도 비트코인 투자자로서 차익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가게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다. 꽃집 사장 김씨는 독일의 비트코인 채굴소에도 투자했다. 채굴장비 비용으로 일정금액을 투자한 뒤 채굴 수익을 나눠 갖는다. 독일에서 송금받을 때 3일~2주일쯤 걸린다는 것만 빼고는 괜찮은 투자다.
채굴이란 복잡한 암호 수식을 컴퓨터로 풀어 비트코인을 발행하는 것으로, 발행량이 늘수록 연산 난이도가 높아지는 구조에 따라 최대 발행량(채굴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 비트코인을 발행하는 중앙은행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암호 수식만 던져져 있고, 이를 풀어내는 이들이 비트코인의 발행자이자 소유자가 된다.
나아가 미래의 화폐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비트코인 결제를 앞서 실행하는 점주들도 없지 않다. 화장품 판매업체 무닉은 비트페이(Bitpay)라는 미국 기반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유일의 온라인 매장이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결제수단에 비트코인이 없다. 매장으로 전화를 하니 “다른 웹사이트 주소를 문자로 보내겠다”고 한다. 가게의 영문 웹사이트였다. 3만6,000원짜리 로션을 사서 비트코인 결제를 선택하고 지갑 주소를 입력한 후 결제를 누르자 내 비트코인 지갑 앱이 자동으로 열리며 송금을 시작했다.
무닉 대표인 조승주(가명)씨는 비트코인 결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믿는 비트코인 투자자다. 지금까지 비트코인 결제자는 총 10명으로 주로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나 미국에서 이루어졌다고 했다. “아직 사용할 줄 몰라서 안 쓴다고 생각해요. 페이팔도 초반에는 사용자가 적었잖아요. 지금은 전 세계에서 누구나 페이팔을 사용하듯이 비트코인도 그렇게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수수료 폭탄을 맞았다. 지갑 간 송금이면 4,200원이면 되지만 해외 결제대행업체 수수료로 1만1,700원이 더 붙었다. 상점도 대행업체에 수수료를 별도로 낸다고 한다.
피할 수 없는 탈세의 우려
10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한양내과의원에선 의사 이승원씨가 진찰을 끝내고 직접 아이패드를 내밀어 진료비 4,400원(0.00053301BTC)을 청구했다. “비트코인 결제는 되게 오랜만이네요.” 이씨는 2년 전 외국인 2명에게 비트코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목적은 투자였다. 그러나 500만원 선에서 다 팔았다고 했다. “시세가 오르는 속도가 의심스러웠어요. 탈세의 위험도 크다고 느꼈고요. 특히 미용성형 같은 경우는 건강보험에서도 벗어나 있으니 충분히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거든요.”
실제로 비트코인은 거래자 신원 노출이 안 되고 세금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어 ‘이상적인’ 탈세 수단이다. 불법 도박, 무기 거래, 해커 등 범죄집단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유다.
서울 은평구의 한 정형외과에서도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거부했다. 원무과장은 “탈세 문제가 있어 앞으로는 비트코인 결제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나라에서 인정해 주지 않잖아요. 자칫하다 불법병원이 될 수도 있어요. 예전에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경우에도 현금영수증을 발행하긴 했지만, 정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받지 않기로 했어요.” 가격이 들쑥날쑥하는 비트코인으로 10원 단위 진료비를 계산하기도 골치 아팠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주일 새 환차손 2만7,000원
우여곡절 많았던 비트코인 생활 1주일. 쓰고 남은 비트코인을 다시 현금으로 바꾸기로 했다. 0.04700106BTC 중 식당, 슈퍼마켓, 병원 등에서 8회 결제를 통해 총 0.02729342BTC를 썼다. 남은 0.01970764BTC 중 일부를 ATM에서 현금으로 뽑기로 했다. 코인플러그 전용 ATM이 판교 테크노밸리 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있다.
“지금은 안 되는데….” 고려대 ATM이 있는 건물 관리자는 전원이 꺼진 ATM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4개월 전까지는 한 달에 1명꼴로 이용자가 있었어요. 주로 외국인이었죠. 내년 1월 ATM을 관리하는 교수님이 안식년이 끝나면 다시 작동시킬 거예요.” 여기도 담당자가 없으면 멈춘다. 작동 중 에러도 많았다고 한다. 학교 내 인터넷 방화벽과 부딪혀서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5층에 위치한 비트코인ATM은 제대로 작동했다. 커다랗게 B가 쓰여 있는 비트코인ATM의 화면에는 은행에서 환전할 때처럼 ‘살 때 환율’과 ‘팔 때 환율’이 각각 표시됐다. ‘비트코인 팔기’를 선택하고 환전할 금액을 입력한 후 비트코인 지갑 앱을 열어 ATM의 QR코드를 댔다. 바로 현금 6만원이 나왔다.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코인플러그 지갑이 아니면 최대 1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수수료가 발생한다.
나머지 금액은 비트코인 지갑에서 환전했다. 거래소에서 0.1%의 환전수수료를 가져가고, 은행계좌로 현금을 이체하는 데에 다시 1,000원의 수수료가 붙었다. 이렇게 해서 8만7,600원(0.01177114BTC)을 받았다.
40만원 중 남은 돈이 14만7,600원이니 비트코인으로 25만2,400원을 사용한 셈이다. 그런데 그동안 지출한 내역을 현금으로 계산하면 17만2,800원에 불과하다. 환전과 송금 수수료로 약 5만2,200원을 썼고, 환율 차이로 2만7,400원 손해를 본 것이다. 11일 비트코인을 팔 때 환율이 750만원으로 살 때보다 크게 내린 탓이다.
초기 비트코인은 0원
일주일 동안 직접 사용해 보니 비트코인은 화폐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얼마 안 되는 결제업소, 거래소마다 다른 환율, 최장 1시간의 결제 시간 등등이 모두 문제였다. 소수점 아래 8자리로 계산하려니 얼마인지 가늠이 안 돼 실수를 연발했고, 수수료 지출이 너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2시간 사이에 100만원씩 오르내리는 불안정한 환율이었다. 화폐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일 뿐이라는 심증이 굳었다.
그런데 이 가상화폐의 가치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2009년 1월 호주의 사토시 나카모토(활동명)가 처음 비트코인을 만들었을 때는 물론 가격이 없었다. 처음 가격이 매겨진 것은 같은 해 10월 비트코인 채굴에 참여했던 ‘뉴 리버티 스탠더드(아이디명)’가 채굴 때 드는 전기료를 기초로 1BTC=0.0007639달러(약 0.85원)라는 가격을 매겼다. 원천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채굴비용인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송금시 내는 수수료는 결국 채굴비용에 대한 대가로서 채굴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다 암시장에서 쓰이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오르기 시작했다. 2011년 1BTC는 약 30달러로 올랐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는데 매매 손익은 결국 거래자들이 나눠 갖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은 중앙에서 조절하는 기관이나 장치가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으로 들어온 재화는 각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고루 배분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비트코인은 최대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되고 4년 단위로 채굴량이 반씩 주는데, 최근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타고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결국 비트코인은 투기 거품에 불과한 것일까. 기자도 그 거품에 2만7,400원을 보탰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김주은 인턴기자(고려대 컴퓨터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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