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동네책방 숨지기

등록 : 2017.04.14 04:40
수정 : 2017.04.14 04:40

도심에서 숨 돌릴 수 있는 쉼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북스테이에서 온 편지] 보낸 이 – 광주 동네책방 숨

등록 : 2017.04.14 04:40
수정 : 2017.04.14 04:40

도서관ㆍ북카페ㆍ서점에

북스테이까지 더해져

의무도 구속도 없는 휴식 공간

책 얘기 나누다 공감대 형성

사람들을 잇는 매개 역할도

광주 작은책방 숨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숙(왼쪽) 안석 부부. 광주지역 문화공간을 꿈꾼 부부는 전국의 작은 책방을 탐사한 뒤 책방을 열었다.

동네책방 숨은 광주의 새로 만들어진 도시라 불리는 먹자골목 한가운데 있습니다. 겉모습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인가 싶은데, 알고 보면 서점이면서 도서관이고 또 북스테이 공간이어서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보통 북스테이는 아름다운 전원풍경에 둘러싸여 있는데 우리는 휘황찬란한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문을 살짝 열고 들어오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데 그것은 바로 책이 만들어 주는 선물입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편리함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복잡한 곳에 살지만 한가로운 전원생활이나 여유 있는 시골 공간을 꿈꿉니다. 주말만 되면 도시 바깥으로 나가는 도로가 꽉 막히는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도 ‘숨 한번 제대로 쉬고 답답한 영혼을 돌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동네책방 숨은 광주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2010년 처음 숨을 열면서 우리는 마을의 사랑방을 꿈꾸며 '책으로 만나는 세상'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시작했습니다. 가족,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서 마실다니며 들를 수 있는 마을책방과 도서관을 생각했고, 운영의 자립을 위해 북카페를 한쪽에 열었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삶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처음부터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도와준 가장 큰 매개는 역시 책이었습니다. 숨을 방문한 이들은 꽂혀 있는 책을 살피다 같은 관심사를 확인하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 속에서 서로의 공감대를 발견하고, 때론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면서 우리만의 색깔이 더 분명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삶의 의미를 공감하고, '그러니 우리 이렇게 살아냅시다!'라는 다짐을 할 때면 마음 가득 격려를 받고 희망을 만나곤 합니다.

“소명(vocation)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목소리(voice)'이다. 소명은 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명은 내가 들어야 할 내면의 부름의 소리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말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 주는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마지못해 따르는 삶의 기준이 아니라 진정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기준 말이다.” (파커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ㆍ19쪽)

서울에서 오래 살았던 우리 가족이 광주로 이주하면서 가장 큰 기준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일치하는 삶-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마지못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혹은 살고 싶은) 이들을 만나는 일은, 그것이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더라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래서 이 여정에 버팀목이 되어준 파머의 책은 동네책방 숨을 찾는 이들에게 우리가 권하는 제1호 추천도서입니다.

마을 도서관과 북카페로 사람들을 만나다가 2015년 12월, 북카페 공간을 동네서점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책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첫걸음을 시작하게 도전을 준 책이 바로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입니다. 2015년 여름에 이 책을 접하자마자 바로 전국 책방여행에 나섰습니다. 책에 소개된 서점과 출판사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북스테이에 묵으며 새로운 책문화 공간에 대한 생각을 서서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숨은 도서관과 북카페, 그리고 서점과 북스테이까지 더해져 더 풍성해졌고, 분주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제대로 숨을 쉬며 편안하게 쉬어가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파머 지음ㆍ홍윤주 옮김

한문화 발행ㆍ196쪽ㆍ1만2,000원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백창화·김병록 지음

남해의봄날 발행ㆍ288쪽ㆍ1만6,500원

월간 전라도닷컴

전라도닷컴 발행

2017년 4월까지 180호 발행

“동네책방 숨은 책이 있는 쉼터다. 책을 사거나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책이 있는 방에서 조용히 하룻밤을… 삶에 지친 사람들이 원하는 딱 그만큼의 휴식을 줄 뿐 의무도 없고 구속도 하지 않는다. 책 속 문장이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오직 방문자의 몫이다.” (2월말 북스테이 방문자의 글 중에서)

숨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우리가 건네는 작은 선물꾸러미가 있습니다. 거기엔 광주 전라도의 풍광과 이야기가 가득한 지역잡지 ‘월간 전라도닷컴’과 우리 동네를 알릴 수 있는 작은 소개 책자입니다. 지역잡지를 읽게 되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고, 그 글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공간, 생각을 이해하면서 삶이 더욱 분명하고 풍성해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책을 매개로 저마다의 삶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 비록 동네 한 귀퉁이 작은 책방과 도서관이지만, 우주의 법칙 안에 생명과 조화를 이루어 가는 일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북스테이 초년생, 광주의 숨에서 인사드렸습니다.

이진숙 동네책방 숨지기ㆍ북스테이네트워크(bookstay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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