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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원대 굳어지나… 엔저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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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원대 굳어지나… 엔저 비상등

입력
2014.09.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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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6년 만에 최저치까지… 日과 경쟁하는 수출기업 긴장

지난달 중순 100엔당 900원대에 접어든 원ㆍ엔 환율의 수위가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 당분간 900원대 고착이 유력해지면서, 엔저(低)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3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고시한 원ㆍ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1.43원을 기록했다. 원화와 엔화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하는 재정환율로 두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따진다.

원ㆍ엔 환율은 지난달 14일 1,000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보름 넘게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오전 장중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2008년 8월 25일(저가 964.23원)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965.78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상대적인 원화 강세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달러화는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으로 조기 금리 인상설이 부각되며 연일 강세를 보이는 반면, 엔화는 최근 일본의 경기 부진으로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커지면서 갈수록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며 국내로 달러가 몰려들면서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엔저는 우리 경제에 다각적인 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 3일 주식시장에서도 전날에 이어 핵심 수출업종인 전기전자, 자동차의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0.42%, 현대차는 1.55%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엔저와 수출의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여전히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제품이 많은 현실에서 오는 심리적 악영향은 작지 않다.

문제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변화와 맞물린 형국인데다 특히 일본의 부양책 기대 때문이다. 최근 달러당 105엔을 돌파한 엔ㆍ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10엔을 넘을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우려가 커지자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엔저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 만큼 원ㆍ엔 환율 동향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외환시장에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00원대 원ㆍ엔 환율이 생각보다 장기화될 것 같다”며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는 만큼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신제품 조기 출시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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