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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권 발급 때 지문까지 찍으라는 스키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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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권 발급 때 지문까지 찍으라는 스키장들

입력
2015.12.17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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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불만 높아도 “발급 규정” 완강

인권위는 유사 사례서 “기본권 침해”

지난 10월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 쌓인 눈. 연합뉴스
지난 10월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 쌓인 눈. 연합뉴스

강원도의 A스키장을 수년째 이용해 온 대학생 김모(26)씨는 지난달 온라인 마켓을 통해 2015/16 시즌권을 구매했다. 하지만 시즌권을 발급받으려면 해당 업체의 발권 창구를 찾아 지문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가능하다는 안내를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 업체는 “부정사용 방지를 위해 지문 수집은 모든 이용객의 의무 사항”이라며 동의할 것을 재촉했다. 김씨는 “업체의 편익을 목적으로 개인 생체정보가 마구잡이로 수집되고 있다”며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시즌권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건 강요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겨울 스포츠의 메카인 스키장이 일제히 개장한 가운데 일부 스키장이 불법 도용을 막는다는 이유로 시즌권 발급 시 인체정보를 요구하고 있어 고객들의 원성이 높다. 16일 스키장 업계에 따르면 강원 지역 A스키장 등 3곳이 시즌권 발급 전 지문과 손바닥 혈관 정보 같은 개인의 고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스키장 이용객들은 불만이 있어도 비슷한 위치와 조건의 대체지를 찾기가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스키장을 직접 찾은 박모(32)씨는 “얼굴을 내보이며 신분 확인까지 거쳤으나 스키장 측은 지문 등록을 안 하면 발급이 불가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요즘엔 공공기관에서도 필요 이상의 정보 수집은 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스키장들은 생체정보 수집에 관해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A스키장 관계자는 “시즌권을 무단으로 돌려 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어 정상 이용객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항의가 꾸준히 제기됐다”며 “지문정보 관련 내용도 시즌권 발급 규정을 설명하면서 충분히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13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 스키장을 찾은 스노보더가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휘닉스파크
13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 스키장을 찾은 스노보더가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휘닉스파크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인권 준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금융기관과 이동통신사들이 장기간 고객 지문을 수집해 온 관행을 두고 “지문같은 바이오 정보는 사람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유일 식별자로서 기능한다”며 “지문 복제 및 위조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도 올해 초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 들여 “고객 동의 없이 지문 정보를 수집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업체 측은 ‘동의를 얻었기에 강요는 아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거꾸로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게 시즌권을 발급하지 않는 자체가 사실상 동의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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