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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경제성장에 절대적 요소 아냐 불공정한 조세부담 개선 요구 높아져"

입력
2015.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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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과 관련하여 최근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법인세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투자를 저해해 회복되고 있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한다. 반면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가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만 늘렸으므로 원래의 법인세 최고세율로 돌아가자고 하고 있다.

법인세는 정말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줄까. 영향을 준다면 어느 정도일까.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려면 이러한 두 가지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법인세율 증가는 기업의 투자 수익률을 낮추므로 기업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간 자본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율 인상이 국내 투자를 저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법인세율 인상이 투자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인지, 아니면 심각한 수준인지는 불분명하다.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불분명하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즈가 말하는 것처럼 기업인이 ‘동물적 감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법인세율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기업인이 ‘합리적 계산’에 따라 투자를 한다면 법인세율이 투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 이후에 나타난 현상을 보면 일부 대기업의 이익은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익 증가가 중소기업의 경영 개선이나 가계소득의 증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는 없었다. 대규모 내부자금 축적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투자는 최근 감소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법인세율 인하가 주로 대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되었지만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기업의 이익 증가가 경제 전반으로 환류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이익이 국한되는 경제 구조를 바꾸고 난 후에 법인세율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5%(지방세 포함시 39.1%)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시기, 다른 국가에서도 많이 관측된다. 물론 법인세 부담이 기업의 투자 및 경제 성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성장에 있어서 법인세율이 즉각적이고, 주요한 요소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실제로 기업 관계자들은 대규모 인상이 아니라면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활동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이런저런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더 큰 불편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영향도 없는 법인세율 문제가 계속적으로 쟁점화 되어 대기업의 부정적 측면이 계속 강조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 국가의 조세를 논의할 때는 단순히 경제 성장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부 활동의 재원을 조달하고, 공정한 조세 부담도 중요한 관심사다. 법인세 부담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 더욱 더 그렇다.

우리나라는 복지 확대에 따라 몇 년째 심각한 재정적자 상황이다. 최근에는 이를 보전하고자 담배가격을 올리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주민세 등 다른 세목도 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산ㆍ서민층에 대한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불공정한 조세 부담이 최근의 연말정산 사태나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기도 하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이익으로 사내 유보금을 축적하고 있는 법인에 대한 공정한 조세부담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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