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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만 시간의 법칙’ 공직도 예외일 수 없다

입력
2016.10.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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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아웃라이어’에는 “하루 3시간, 주 20시간씩 10년, 1만 시간을 투자하면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이 연구한 ‘1만 시간의 법칙’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성공을 꿈꾸는 많은 이에게 성공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진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우리 주변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군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영관급 장교의 첫 계급, 소령은 근속 11년이 지나야 될 수 있다. 민간 기업도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전문성을 인정받는 과장ㆍ차장급에 진입하는 기간은 신입사원 입사 후 10년 전후다.

공직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공직에 갓 입문한 새내기 공무원이 자기 분야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감을 잡는 시기는 대략 10년 전후다. 이처럼 한 분야의 전문성은 그만큼 오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국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1만 시간’이상 투자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우리 공직 사회 현실은 1만 시간의 법칙과 거리가 멀다. 공직생활 30년이 지나도록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을 근무한 공무원은 거의 보지 못했다. 공무원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고, 변화도 있었지만 근본적 해결은 안 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협상에서 우리 공무원들은 상대국 전문가에게 주눅 들었고, 최근 한반도를 뒤흔든 지진사태에서는 믿을만한 전문가가 없다는 질타를 들었다. 나라 밖에서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칭송받는 대한민국에 급변하는 시대를 선도하기는커녕, 대응할만한 공무원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공직사회는 수없이 다른 분야로 이동하며, 인수 인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순환보직’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행정의 실무단위 총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정부부처 과장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 4개월에 불과하다. 이는 담당자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막았으며, 책임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사혁신처가 전문직공무원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무원이 평생 한 우물을 파며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축적, 발휘하게 하자는 것이다. 전문직공무원 제도가 정착되면 공직사회 미래는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행정 각 분야에서 전문직공무원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된다. 국제협상에서는 상대국을 압도하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유리한 협상을 끌어 내는 통상 전문가도 나올 것이다. 태풍과 지진 등 국가적 재해ㆍ재난에 선도적으로 대처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재난 전문가도 길러질 것이다. 공무원 개개인에 전문가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국민에게는 정부와 공직사회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기대가 충만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전문직공무원 제도는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과 책임 행정을 실현하는 공직 장인정신의 시발점이자, 1만 시간의 법칙을 시작하는 첫 시간이다. 이 시작이 더뎌진다면 또 다른 1만 시간, 아니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평생 인사업무를 해 온 입장에서도 지난 30년간 공직생활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털어 낼 절호의 기회인 만큼 깊은 애착과 사명감을 느낀다. 공무원 인사는 이제 국민을 위해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 개개인의 경력과 승진을 위한 인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인사,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인사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공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김동극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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