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판정을 줄여야 한다" vs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
오심 논란은 축구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타 구기종목과는 달리 한 두 점 차로 승패가 갈리는 데다, 자칫 한 번의 오심으로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심 논란이 있을 때마다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축구 산업이 발달해 승패가 수익과 직결되고, 미디어의 발달로 축구팬들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이 같은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축구계는 비디오 판독 제도 도입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반칙인지 아닌지 단번에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비디오 판독 요청 시 경기 흐름이 끊겨 축구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심판의 실수도 경기의 일부'라며 인간의 영역에 기술이 침범하는 데 대한 경계가 전통적 관념으로 자리잡은 것 또한 부담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지속적으로 "판정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됐다. 중계 기술의 발달로 심판의 작은 오심도 카메라에 잡히며 논란은 커졌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FIFA는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오심을 계기로 비디오 판독 기술 도입 검토에 들어갔고,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 때 시험 운영해 호평을 받았다.
결국 FIFA는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회 최초로 골 판독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업체 기술인 '골 컨트롤(Goal Control)'을 도입해 14대의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추적하고, 골 여부를 심판의 손목시계로 전송한다.
▶뉴스A/S ‘골 판독기’, 이렇게 작동합니다.
심판의 권위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였다. 골 판정 이외의 부분은 모두 심판의 몫으로 남겼고, 골에 대한 최종 판단 역시 심판이 내리도록 했다.
인간의 영역에 발을 들인 과학 기술. 과연 기대처럼 오심 논란을 줄여 매끄러운 대회를 만들까, 반대로 흥미를 반감시킬까.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해 볼 만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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