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론스타에 430억 지급 관련
금융당국, 관련 정보 공개 거부
내달 ISD 첫 심리도 비공개 방침
국가 예산 수조원 걸린 중대 사안에
정부는 비밀주의 고수 논란 확산
“앞으로 론스타의 ‘론’자만 들어가도 어떤 답도 할 수 없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14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공식 입장을 전달 받았다. 외환은행이 론스타가 2008년 주가조작 사건 유죄 판결을 받고 낸 벌금(500억원) 중 430억원을 론스타에게 지급한 것과 관련, 외환은행이 대손충당금 쌓은 시점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자 정보 공개를 거부한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정부가 밝힌 이유는 론스타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진행 중이라는 것. 하지만 이 사안은 ISD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금융당국은 “중재 기관 지시로 양측이 비밀유지 약정을 맺은 상태”라며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지난 10년 동안의 론스타 관련 정보에 대해 일체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중재 재판이 다음달 15일 첫 심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소송전에 대해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 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지불할 수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정부 홀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비밀유지를 전제로 하더라도 외부 전문가나 국회가 소송 과정에 함께하는 식의 견제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ISD의 중재 재판을 맡은 워싱턴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다음달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첫 심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론스타는 2012년 12월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 지체돼 심각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43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중재재판을 ICSID에 제기한 바 있다.
론스타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5조9,376억원에 매각키로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승인심사를 10개월 가량 지연하는 바람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각이 불발됐다는 점이다. 론스타는 이후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 차액이 2조원 가량. 론스타는 이자까지 합쳐 3조원 이상을 물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금액은 한국-벨기에 간 조세협정(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론스타가 한국에서 낸 세금(8,500억원)과 이자, 벨기에에 내야 할 세금 등이다. 이 재판은 한국 정부가 ISD 제도로 피소된 첫 사례다.
정부는 국부 유출과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의 소송이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소송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극비리에 진행해왔다. 다음달 열리는 첫 심리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 특히 심리가 다가오면서 론스타와 관련한 모든 정보에 대해 공개 불가 원칙을 세운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소송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근 론스타가 작년 9월 소송가액의 5분의 1 정도인 1조원 안팎을 요구하는 협상안을 비공개로 제출했고, 론스타가 환율 변동 등의 이유로 증액 조정을 신청해 소송가액이 5조1,328억원(46억7,900만달러)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선 ▦론스타가 소송금의 30%를 협상안으로 제시했다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요청했다는 등의 얘기까지 나돈다. 하지만 정부는 긍정도 부인도 않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밀주의 뒤에 꽁꽁 숨은 정부의 태도를 두고 비판이 상당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패소할 경우에 대비해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소송 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니 책임 회피를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비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라도 국회나 전문가 집단에게 소송 전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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