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궁 경호원 총상 입고 숨져
철권통치 반감 고조 상황에 긴장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대통령궁 인근 대통령경호실(PGS)에서 26일 오전 경호원 1명이 총상을 입고 숨졌다. 사건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궁에 없었다.
로페 다고이 PSG 실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갖고 “작전본부 멤버 하나가 오전 8시50분쯤 PSG 숙소 내에 있는 그의 방에서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PSG 숙소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관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다고이 실장은 “대통령은 사건 당시 멀리 있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통상 주말 남부 다바오시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면서 국내외 손님을 맞는 등 업무를 보고 있으며,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마닐라 대통령궁으로 돌아온다.
현지 소식통은 “주말 전후로 대통령이 궁을 비우는 사실을 모르는 필리핀 사람이 없다”며 “권총 격발은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확보된 총기는 45구경 권총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구의 총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총기 오발 사고 또는 자살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이후 독선적이고 폭압적인 행보로 일관해 왔다는 점 등에서, 사건 직후 정적(政敵)에 의한 공격설이 나돌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딸을 차기 대통령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력 세습 의혹을 받고 있고, 대표적 정적인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과 부정축재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에는 시민 수천 명이 대통령궁 인근에 몰려 두테르테 대통령의 독재 반대와 마약사범에 대한 초법적 처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 사진을 불태우며 독재와 철권통치 반대를 외쳤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궁 경호 문제 등 이번 사고는 우려할만한 일”이라면서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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