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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애들 방치한 판사 부부, 한국서 했다면 처벌 법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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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애들 방치한 판사 부부, 한국서 했다면 처벌 법규 없어

입력
2017.10.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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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에 미국령 괌서 적발

경범죄 혐의 각각 벌금 500달러

한국인 판사ㆍ변호사 부부가 미국령 괌에서 자녀를 차량 내 방치한 혐의로 체포돼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내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아동 방치에 대한 처벌 및 신고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 법조인 부부는 2일(현지시간) 괌의 한 마트 주차장에서 아들(6)과 딸(1)을 문이 잠긴 승용차 안에 방치, 경찰에 체포됐다. 부부는 경범죄와 함께 아동학대 혐의까지 받았지만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경범죄 혐의로만 기소돼 각각 500달러 벌금형에 처해졌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20여개 주에서 아이를 차량 안에 방치할 경우 보호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고, 처벌도 받는다. 캘리포니아 주법을 따르는 괌도 형법에 ‘아이를 감독 없이 차에 방치’한 혐의가 죄목으로 있다. 6세 미만 아이를 보호자 없이 15분 이상 차에 놔두는 경우 경범죄로 간주한다. 여기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된다.

괌은 연중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데다 주차장이 대부분 노상에 있어 자칫 아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이로 인해 법조인 부부의 분별없는 행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컸지만 우리 법령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법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 3항에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6월 법원은 미취학 딸을 차에 방치했던 한 남성이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된 적이 있으나 술을 강제로 먹이는 등 오랜 시간에 걸친 여러 아동학대 행위 중의 한 경우였다.

부모의 차량 내 아동 방치가 공공연하고도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엄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매년 여름철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적지 않은 점도 예방의 필요성을 더한다. 국내에선 지난해 한 유치원생이 폭염 속 통학버스에 8시간 동안 갇혀 중태에 빠진 사고 이후 통학버스 관리ㆍ처벌 규정이 도입됐을 뿐이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법조인 부부 사례는 차량 내 아동 방치 위험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처벌과 함께 목격 시 신고 의무화 등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의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법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징계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징계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징계 대상인지는 조사 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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