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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권력 퇴출, 언제까지 국민저항에 기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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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권력 퇴출, 언제까지 국민저항에 기대야 하나

입력
2017.03.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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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헌법재판관, 탄핵 보충의견서

“제왕적 대통령제 탓… 권력구조 바꿔야”

“15쪽에 걸친 개헌 의견 지나쳐” 반론도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이틀 앞둔 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퇴근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이틀 앞둔 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퇴근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의 직접적 탄핵사유인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우리나라 권력구조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로 진단한 헌법재판관의 보충의견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선주자들의 이해득실과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권력문제를 지적한 보충의견이 향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대통령이 파면에 이른 헌정사의 비극을 ‘제왕적 대통령제’가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에서 계속되고 있는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정치적 폐습”이라며 “이는 주요한 헌법가치인 권력행사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 사회적 공정성, 경제적 정의실현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재판관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정한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 위반행위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를 부추긴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적었다.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시대적 변화를 감지해 정경유착 등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며 “단순히 대통령의 과거 행위의 위법과 파면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안 재판관은 “국정공백과 국론분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넘어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통령제의 대안으로는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 책임총리제의 실질화를 제시했다. 권력구조 개혁 방식으로는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남북분단에 따른 안보현실, 정부형태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하되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까지 다룬 안 재판관의 견해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추상적으로 헌법 개정의 방향 정도를 제시하는 정도를 넘어 15쪽에 걸친 개헌의견 피력은 지나쳐 보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정치권에서 대선 전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 시기에 개헌의견을 왜 결정문에 넣었는지 의문”이라며 “탄핵 결정문은 탄핵여부를 결정하고 그 이유를 담는 것이지, 앞으로 우리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떤 개헌이 필요한지까지 다룰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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