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장애인이 거리에 뿌린 현금
경찰지구대에 2명 115만원 반납
대구 도심에서 정신 장애인이 현금 800여만원을 뿌린 ‘돈벼락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시민 두 명이 주운 돈을 지구대에 반납했다. 거리에 뿌려진 것이 할아버지가 고물상을 해서 평생 모아 물려준 돈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15만원이 되돌아왔다.
1일 대구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0분쯤 30대 후반의 남성이 지구대를 찾아와 “주운 돈을 돌려주겠다”며 100만원을 건넸다. 경찰은 자신의 인적 사항 공개를 희망하지 않는 남성의 의사를 존중, 별 조사 없이 돌려보낸 후 돈을 뿌린 안모(28ㆍ무직)씨의 어머니에게 찾아가도록 했다.
1시간여 후인 오후 8시40분쯤에도 40대 여성이 지구대를 찾아와 5만원짜리 3장을 내놨다. 이 여성은 “70대 어머니가 도로에서 15만원을 줍기는 했지만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달 29일 낮 12시50분쯤 달서구 송현동 인근 서부정류장 앞 왕복 8차로의 건널목을 걸어가다 5만원권 지폐 160여장을 뿌렸다. 그러자 행인과 운전자 수십명이 도로에 떨어진 돈을 줍기 위해 몰려들어 일대 교통이 잠시 혼잡을 빚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도로에 한 푼도 남지 않았다.
당시 안씨가 메고 있던 가방에서는 5만원권 지폐 760장(3,800만원)이 발견됐다. 안씨는 고물상을 하는 할아버지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 4,700만원을 최근 자가용을 구입하겠다며 통장에서 인출, 가방에 넣고 다니다 이날 일부를 도로에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 장애인인 안씨는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사실을 알면 다른 사람이 날 죽일 것 같아 길거리에 뿌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같은 사연을 파악한 경찰은 대구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본인이 직접 돈을 뿌린 것이라 가져간 사람을 처벌하지는 못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라 평생 고물 수집을 하며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에게 물려준 귀한 돈”이라며 “사정을 모르고 돈을 습득하신 분은 경찰서로 연락해 원주인에게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도로에 일부러 돈을 뿌린 것은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 현금을 주운 사람에게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뒤늦게 사정을 알게 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운 돈을 반납하는 것 같다”며 “당분간 반납 여부를 지켜보고 주인에게 모두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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