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책을 자체로 발견하자는 게 ‘개봉열독 X’의 정신”

알림

"책을 자체로 발견하자는 게 ‘개봉열독 X’의 정신”

입력
2017.05.18 04:40
0 0
'개봉열독X' 이벤트를 작당한 주연선(왼쪽부터) 은행나무 대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가 자신들의 책을 들고 웃고 있다. 이들은 "이벤트 자체의 재미와 함께, 선입견 없이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개봉열독X' 이벤트를 작당한 주연선(왼쪽부터) 은행나무 대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가 자신들의 책을 들고 웃고 있다. 이들은 "이벤트 자체의 재미와 함께, 선입견 없이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책을 책 그 자체로 발견해주길 간절히 바란 겁니다. ‘얄팍한 마케팅’이라는 소리는 안 들을, 책에 대한 확신은 있었거든요. 제일 감사한 건 입 꾹 다물고 비밀 지켜주신 독자님들이죠.”

17일 0시. 은행나무, 마음산책, 북스피어 3개 출판사는 ‘개봉열독X’ 이벤트에 참가한 책의 정체를 공개했다. ‘은행나무X’ ‘마음산책X’ ‘북스피어X’라는 이름 아래 내놓은 책은 박유경 작가의 ‘여흥상사’,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마법사들’, 영국 작가 필립 커의 ‘3월의 제비꽃’이었다.

개봉열독X 이벤트는 책을 꽁꽁 싸매 정체를 비밀에 붙인 채 파는 이벤트다. 3권을 일괄 구매하면 해외 서점 탐방기 ‘내 멋대로 서점 X’를 부록으로 줬다. 일본, 유럽의 개성 넘치는 서점들이 하는 깜짝 이벤트를 우리 땅에 상륙시켜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1일 만우절에 예약판매를 시작한 뒤 지난달 25일 발송과 함께, 오프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단, 5월 16일 자정까지는 책의 정체를 비밀에 부치기로 독자들과 약속했다. 주연선(은행나무ㆍ이하 주), 정은숙(마음산책ㆍ이하 정), 김홍민(북스피어ㆍ이하 김) 3명의 사장이 정체 공개를 앞둔 지난 15일 서울 서교동 은행나무출판사 카페에 모였다.

’개봉열독X’에 참여한 뒤 정체를 공개한 마음산책, 은행나무, 북스피어 출판사의 책들.
’개봉열독X’에 참여한 뒤 정체를 공개한 마음산책, 은행나무, 북스피어 출판사의 책들.

-인터넷 검색 해봤더니 정체를 공개한 독자가 정말 없었다.

정=“몇몇 분들이 있긴 했어요. 우리가 감시반을 운영했거든요. 블로그 같은 데 보다가 쪽지를 보냈죠. 감사하게도 금세 다 내려주셨어요.”

김=“우리가 발견하기 전에 이벤트에 참여하신 다른 독자 분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책을 산 사람이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얘기해주셔서 내린 경우도 있어요. 노골적으로 ‘내가 산 책 내 마음대로 공개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어쩌지 했는데 완전 기우였죠.”

-반응은 어땠나. 판매가 제법 됐나.

정=“처음엔 1,000부 정도 나가려나 했어요. 이벤트 기획하면서 판매보다 재미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런데 각각 7,000부씩, 3사 합쳐서 2만부 넘게 나갔죠. 깜짝 놀랬어요.”

김=“제일 뿌듯한 건 책을 잘 안 사던 분들이 오랜 만에 책을 한번 사본다고 남긴 글들이에요. 독자는 책을, 책은 독자를 발견하자는 게 이벤트의 목적이거든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정=“다 따로 놀던 세 출판사가 같이 하려니까 사소한 모든 걸 일일이 다 조율하느라 어려웠지요. 어떤 작품을, 어떻게, 언제 출시할까에 스티커나 포장 문제까지도요.”

주=“하다 보니 각기 프랑스, 영미권, 한국 소설을 하게 됐지요. 부록은 제가 하고, 정 대표님은 글 쓰고 포장하는 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같은 건 김 대표님이 했습니다.”

-예쁜 포장이 화제다. 아까워서 못 벗긴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처음엔 주문이 3,000부쯤 되면 우리 직원들이 직접 할까 했어요. 10명 정도 앉아서 미리 포장하는 연습도 했어요. 그런데 예약판매 때 이미 1만권 이상 주문이 들어오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고용했죠.”

주=“책 포장은 은행나무 책이 제일 좋았어요. 3사 중에 책이 가장 늦게 나오는 바람에 포장하시는 분들이 가장 숙련됐을 때 포장됐거든요.”

정체를 공개한 ‘개봉열독X’의 책들. 3권 세트로 구매하면 출판인들의 세계 서점 기행기인 '내 멋대로 세계서점 X'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정체를 공개한 ‘개봉열독X’의 책들. 3권 세트로 구매하면 출판인들의 세계 서점 기행기인 '내 멋대로 세계서점 X'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유쾌하지만, 결국 본질은 ‘책이 안 팔린다’라는 점에서 우울하기도 하다.

김=“일본 서점 주인장 기타다 히로미쓰가 쓴 ‘앞으로의 책방’을 보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장치’가 필요하다 써놨어요. 그걸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좋은 책이에요, 훌륭한 책이에요’는 모두가 다 하는 얘기죠.”

주=“책의 엄숙함을 믿는 편집자들이 있어서 설득하는데 다소 애먹기도 했어요. 이마트에서 마케팅하듯 그래도 되느냐는 얘기죠. 그런데 막상 시작되니까 다들 경쟁을 치열하게 했어요.”

정=“이걸로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는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도 들었어요. 정말 놀라워요.”

-각기 책을 선정한 이유는 뭔가.

정=“로맹가리 책은 우리 출판사에서 11권째에요. 7~8권째쯤 내니까 다들 ‘아~ 또 로맹가리’ 이런 반응이었어요. 이 책만의 가치를 내보이고 싶어서 이 책을 넣었지요.”

김=“저는 필립 커의 ‘베를린 누아르’ 3부작 가운데 1권을 넣었어요. 하드보일드 걸작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10년 전부터 번역 요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하드보일드물 시장 자체가 작은데다, 우리나라에서는 작가의 지명도가 떨어져요. 한번 속은 셈 치고 일단 한번 사봐라, 그러면 달라 보일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주=“신인작가의 첫 데뷔작이에요. 평도 좋고 한데, 우리나라는 우리 작가들에게 너무 평가가 박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이번 이벤트에 넣은 거지요. 계급장 떼고, 편견 없이, 내용 그 자체로 가보자는 겁니다.”

-작가에게도 비밀로 한 건가.

주=“맞아요. 왜 자기 책 안 나오냐고 물어봐서 X 이벤트로 나왔다고 귀띔을 해줬죠. 그 사실을 알고는 작가가 아주 만족해했어요. 그냥 냈으면 2,000부 정도 소화될 정도인데 7,000부 넘게 나갔으니까요.”

-공개 이후는 어떻게 될까.

정=“스토리들이 자꾸 더 생겨날 거라 믿어요. 이야깃거리들이 연결돼서 이게 하나의 사례로 완결지어졌으면 좋겠어요.”

주=“우리 직원 친구는 이걸로 마케팅 사례 연구를 하겠다더군요. 이벤트가 끝난 뒤에야 냉혹한 평가가 나오겠죠. 참 이럴게 아니라 6월 14일부터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다들 나가시죠?”

정ㆍ김=“네!”

주=“그러면 이 포장한 책 그대로 해서 각 부스에 3권을 세트로 다 내놓읍시다. 자기 부스에서 자기 출판사 책만 팔지 말고, 함께 이벤트 했으니 함께 책을 판매합시다!”

정ㆍ김=“좋아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