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서 유행하는 '급식체' 등
온라인 유행어 무분별하게 사용
"비속어 등 청소년 접근 지향을"
“오빠는 애기야. 쓸애기…”(포켓걸스 ‘쓸애기’) “멍해멍해 무슨 말만 하면 ㅇㅇ…”(해시태그 ‘ㅇㅇ’)
가요계가 일명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 중고등학교 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에 빠졌다. 10대를 타깃으로 한 신인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온라인 유행어를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신조어의 가사나 제목 채택은 사회현상을 반영하지만 지나친 변형과 자극적인 표현이 언어를 파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나온 아이돌 신곡의 제목은 초성 또는 비속어를 연상케 한다. 줄임말이나 은어를 쓰던 이전 추세와는 사뭇 다르다. 신인 걸그룹 해시태그의 타이틀곡 ‘ㅇㅇ’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표현이다. 해시태그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는 만큼 언어파괴보다는 언어유희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며 “가요계에서는 이런 신조어가 작품에 개성을 불어넣고 대중과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생각들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속어를 연상케 하는 단어를 문제 의식 없이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살짝 비틀어 다른 표현으로 꾸몄지만, 여지 없이 비속어다. 걸그룹 포켓걸스는 23일 발매한 신곡 ‘쓸애기’에서 “분리수거 하기 전에 있을 때 잘 하란 말이야. 쓸애기”라며 가사 속 인물을 쓰레기에 비유한다. 비속어 사용은 힙합계에선 이미 일상이다. 가수 킬라그램이 23일 발표한 ‘컬러링’에는 “걔 소리해도”, 가수 지코의 ‘천재’엔 “X쩔거나 X졸작이거나”라는 표현이 나온다. 두 곡 다 저속한 표현과 은어 등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KBS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썸’ ‘어장’, ‘욜로’, ‘탕진잼’ 등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는 신조어는 잘 활용하면 노래의 주제를 살리고 신세대의 공감을 얻는 수단이 된다. 남성그룹 방탄소년단은 ‘고민보다 고’에서 “티끌 모아 티끌. 탕진잼. 다 지불해”라는 가사로 젊은 세대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 심리를 노래해 환영 받았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행어 활용이 언어를 파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중의 관심이 절실한 신인가수일수록 자극적인 유행어를 제목 등에 반영한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요즘 아이돌 그룹들은 제목이나 가사 내용도 대중이 기억하기 쉽게 시각화, 기호화하면서 다양한 신조어가 활용되고 있다”며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비속어를 사용해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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