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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기 가장 힘든 전공은… 상경계, 10년간 12만명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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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기 가장 힘든 전공은… 상경계, 10년간 12만명 넘친다

입력
2015.1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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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까지 인문^사회 32만명

사범대도 12만명이나 초과 공급

전기 화학 기계 ‘전화기’ 등

이공계 구인난은 당분간 계속

정부, 전공별 수요·공급 첫 발표

"학과 구조조정 신호탄" 시각도

경력직 재취업은 물론, 신규 채용도 예전같지 않은 가운데 올해 2월 서울의 한 대학생이 졸업식을 마친 뒤 어깨를 늘어뜨린 채 건물 계단을 오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경력직 재취업은 물론, 신규 채용도 예전같지 않은 가운데 올해 2월 서울의 한 대학생이 졸업식을 마친 뒤 어깨를 늘어뜨린 채 건물 계단을 오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지난해 8월 한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모(27)씨는 올해 하반기 기업 50여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각종 금융자격증을 취득하고 해외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김씨는 “다수 기업이 상경계열을 우대하며 채용한다고 해도 경영학 전공자가 워낙 많아 희소가치가 없다”며 “다시 전공을 고른다면 공대나 어학처럼 전문성이 있는 분야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박모(21)씨는 수능 삼수 끝에 내년 한 지방 사립대 ‘메카트로닉스’(기계와 전자공학의 융합학문) 학부에 진학하기로 했다. 박씨는 “전공 고민으로 대학 입학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취직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선택”이라며 “요즘은 공대 중에서도 실용적인 학문일수록 수능점수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취업난의 무풍지대로 대학생들이 선호해온 상경계열 전공이 향후 10년간 가장 구직이 어려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금도 취업이 용이한‘전화기(전자ㆍ화학ㆍ기계)’ 전공 중심 공학계열은 수요 증가로 당분간 장밋빛 미래다.

1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공별로는 경영ㆍ경제학의 초과 공급(12만2,000명)이 가장 심할 것으로 지목됐다. 중등교육(7만8,000명)과 사회과학(7만5,000명)도 공급이 넘쳤다. 정부가 대학 전공별로 노동시장 수요-공급 전망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열별로는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구직이 어려운 인문ㆍ사회(4년제 기준)계열은 전망이 비관적이었다. 현재 추세대로 라면 10년 동안 사회계열은 구인 수요보다 21만7,000명 많은 인력 공급이 예상됐으며, 사범대(12만 명)나 인문계열(10만1,000명)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반면 취업시장의 이공계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학계열에서는 21만5,000명이, 의약계열에서는 4,000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별로 기계ㆍ금속 전공은 7만8,000명의 인력 충원이 필요, 수요도가 가장 높았다. 전기ㆍ전자공학은 7만 3,000명이, 건축과 화학공학이 각각 3만3,000명, 3만1,00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전문대의 경우 무용ㆍ체육 전공자 확보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고(3만 명), 이어 전기ㆍ전자(2만8,000명) 컴퓨터ㆍ통신(2만7,000명)도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대학 졸업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여전히 대졸자의 인력 공급은 79만2,000명(4년제 32만1,000명ㆍ전문대 47만1,000명)이나 돼 청년 취업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장현석 고용부 노동시장분석과장은 “공학계열은 산업이 발전할수록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인문계열은 일정 수준에서 수요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고교생들은 이점을 감안해서 대학 전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 공개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학과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대학 졸업생과 산업 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로 하고 수요에 맞춰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에 내년에만 총 2,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도 이날 전망 보고서와 관련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이나 정원조정 노력을 하는데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 수요에 맞춘 학과 구조조정은 학문 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과 맞지 않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노동시장 수요란 시대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전공을 감축하거나 통폐합하면 대학의 정체성은 불분명해 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주도로 특정 전공을 육성하기 보다는 대학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동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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