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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와도 같았다” 한 IT스타트업의 노동착취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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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와도 같았다” 한 IT스타트업의 노동착취 잔혹사

입력
2017.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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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IT 스타트업에서 대표가 직원들을 상대로 2년여간 폭행과 폭언, 노동착취와 임금체불 등을 자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20여명 규모의 서울 광진구의 IT 스타트업 업체 A사에서 시각디자이너로 근무한 김모(23)씨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자신의 경험을 게재하며 “무임금으로 일하며 대표의 노동착취와 폭행,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대표 신씨가 새벽에 욕설과 함께 업무지시를 하고 있는 메신저 내용. 대표가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오전 3시로 찍혀있다. 김모씨 제공
대표 신씨가 새벽에 욕설과 함께 업무지시를 하고 있는 메신저 내용. 대표가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오전 3시로 찍혀있다. 김모씨 제공

사무실 옆 합숙에 대표 개인 사업장 동원까지

전 직원들 “대표 폭언, 폭행에도 무임금으로 버텨”

A사는 인디문화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업체로, 김씨는 ‘수익이 나면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대표 신모(31)씨의 말에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입사했다. 김씨처럼 지분을 받기로 하고 ‘파트너’로 입사한 나머지 20여명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신씨의 강압에 사무실 옆 숙소에서 직원 전체가 다같이 합숙을 하며 새벽에도 회의를 하거나 철야 업무를 했다”며 “신씨는 합숙이나 새벽 철야 등을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A사의 업무 외에 신씨의 개인 사업에도 무급으로 동원됐다. 이들은 신씨가 확장한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일대 건축현장 및 카페에서 건축 잡부, 카페 바리스타 등으로 일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신씨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업무 과중을 호소하면 신씨가 ‘핑계가 많은데 주둥아리가 문제’라며 손바닥으로 상처가 나도록 입을 때렸다”며 “입을 때릴 때 ‘피하면 회사에서 내쫓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전 직원 손모(23)씨도 “카페 바리스타로 동원됐을 때에는 카페의 유니폼을 준비하지 못해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대표에게 손바닥과 주먹으로 뺨을 맞고, 골프채로 엉덩이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액의 식비를 제외하고는 무임금으로 일했다. 2014년부터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1년간 일한 백모(25)씨는 ‘1일 12시간을 근무하며 월급 50만원을 받는다’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썼다. 백씨는 “그나마도 첫 달 월급 50만원을 제외하고는 다음달부터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4년 5월 작성된 신 대표와 백씨 간의 근로계약서. 1일 12시간, 월 50만원의 임금이 명시되어 있다. 백씨 제공
2014년 5월 작성된 신 대표와 백씨 간의 근로계약서. 1일 12시간, 월 50만원의 임금이 명시되어 있다. 백씨 제공

“‘애플처럼 성공한다’던 대표, 사이비 교주 같았다”

수개월부터 수년간 노동착취를 당하며 무임금으로 일한 상황에 대해 이들은 “신씨는 교묘한 말로 회사가 애플이나 페이스북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맹신하게 만들었다”며 “마치 사이비 교주와도 같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신씨는 막 전역한 복학생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멤버를 모집했는데, ‘너 까지만 파트너로 받고 끝’이라고 말했다”며 “경제적 성공을 원하는 20대 초반 청년들은 이 말에 쉽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씨도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회사의 성장성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신씨의 장황한 설명을 들어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표의 폭행과 폭언도 회사에서는 ‘성공을 위한 채찍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A사 전 직원 B씨는 “신씨에게 골프채로 맞은 후 ‘(맞은 것을)어떻게 생각하냐’는 그의 질문에 ‘감사합니다. 기대 저버리지 않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세뇌 당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가 신 대표에게 폭행을 당한 후 받은 메신저 캡처. 김씨 제공
김 씨가 신 대표에게 폭행을 당한 후 받은 메신저 캡처. 김씨 제공

‘대박’ 꿈 뒤로하고 빈손으로 나온 회사

임금체불 진정 진행도

하지만 직원들의 꿈과는 달리 지난 2년여간 A사의 애플리케이션 사업은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2014년부터 상호도 6차례나 바꿨다. 결국 짧게는 5개월부터 길게는 3년여동안 근무한 직원 4명은 빈손으로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A사 대표 신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직원들에 대해 “(파트너 관계로 대표와) 같은 대우를 하고 싶어 지분을 약속했고, 그들은 (회사 수익이 나기까지)못 버티고 나간 사람들”이라며 “현재 다른 파트너들은 지분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분에 대해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은 지분을 얼마나 배분해야 하는지 상세히 몰라 발생한 일”이라며 “백씨에게는 임금지불을 순차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착취 문제에 대해서도 신씨는 “스타트업이 커 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으며, 직원들을 폭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현재 김씨를 비롯해 피해를 주장하는 A사 전 직원 3명은 임금체불 진정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노무법인 종로 이주영 노무사는 “신씨는 구체적으로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했고 회사 내 비용이 지출될 때 지출요청서 제출하도록 했으며, 근무시간표와 인원편성을 전부 본인이 했다는 것이 증거로 남아있다. 따라서 신씨와 김씨는 파트너관계가 아닌 노사관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지분계약을 했다 쳐도 실제 지분의 양도나 주주명부 등재도 없었고 신 씨도 언젠가 월급 준다는 말을 분명히 메신저로 하기도 했다”며 “만약 지분계약이라고 한다면 김씨 퇴사시 지분을 정산하는 등의 청산과정이 있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기 때문에 동업자로 볼 여지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박주영 인턴기자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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