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없다던 표류예측시스템
오류 발생 사실 뒤늦게 시인
최초 신고 시간 15분 빨라지고
돌고래1호 선장 해경 방문 드러나
제주 추자도에서 전복된 낚싯배 돌고래호 사고를 조사중인 해경이 초기 구조활동을 둘러싸고 말바꾸기로 일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초기 대응 부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라는 비난도 나온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는 8일 4차 언론브리핑에서 사고 당일인 5일 표류예측시스템을 사용하는 도중 오류가 발생, 국립해양조사원에 표류예측시스템상 예상위치 자료를 요청했고, 6일 새벽 1시 30분에 결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7일 3차 브리핑에서 표류예측시스템 활용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가 5일 오후 7시 39분에 최종 소멸된 것을 해경이 처음 확인한 시점도 매번 달라졌다. 해경은 6일 오전 1차 브리핑에서는 5일 오후 8시 40분 최초 사고 신고를 접수한 후 확인 과정에서 알았다고 했지만, 7일 3차 브리핑에서는 이날 오후 8시 25분으로 정정 발표했다.
돌고래1호 선장이 5일 오후 8시 10분 상추자도 추자항으로 회항한 후 추자해경파출소를 방문, “돌고래호와 통화가 안된다”고 통보했던 사실은 1,2차 브리핑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3차 브리핑에서야 처음 공개했다. 승선원 명부에 있었지만 돌고래호에 탑승하지 않은 승객과의 통화 사실도 언론 보도 이후 뒤늦게 공개했다.
결국 최초 사고 신고 시간부터 제주해경본부 상황실로 사고 상황이 보고된 5일 오후 9시 3분까지 소요된 시간은 1차 브리핑에서는 23분이었지만 최종적으로 38분으로 늘어났다. 돌고래1호 선장이 돌고래호와 통화가 두절된 사실을 통보한 시점에서 해경이 적극적으로 사고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면 구조활동 시작 시간을 50여분 더 앞당길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해경은 돌고래호와 돌고래1호의 출항시간, 돌고래1호의 회항 시간, 돌고래호 승선인원 잠정집계 결과 등도 발표 때마다 수정했다.
해경의 언론브리핑 내용이 매번 바뀌자 8일 돌고래호 사고 피해자 가족 대기소가 마련된 전남 해남 다목적생활체육관에서는 70여명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유가족들은 “해경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당시 출동한 함정들의 항해일지와 돌고래호 항로를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국정감사를 통해서라도 자료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또 가족들은“해경이 발표한 시각에 실제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나마 수색에 동원된 함정 등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총 28척이 동원됐고, 조명탄도 많이 쏜 것처럼 포장이 되는 등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배가 가라앉은 것도 아니고 뒤집혀 떠 있는 채 발견됐다”며 “주변 수색을 효율적으로 했다면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해남지역주민들을 비롯해 해남소방서 의용소방대 등 이날까지 가족대기소를 다녀간 자원봉사자는 총 25개 단체 400여명에 달한다.
해남=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