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훈 기자

등록 : 2018.06.11 16:28
수정 : 2018.06.11 18:53

테마파크 컬러 디자이너 “손꼽을 만큼 드문 직업이죠”

등록 : 2018.06.11 16:28
수정 : 2018.06.11 18:53

에버랜드 김정은 책임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 연구

이솝빌리지ㆍ로스트밸리 등 작업

에버랜드의 유일한 컬러 디자이너 김정은 책임이 디자인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화사한 색깔은 기쁨을 주지만 칙칙한 색은 우울함이나 슬픔을 유발한다. 사람의 기분을 좌우할 수 있는 색 선택은 예술 분야 못지않게 기업에도 중요하다. 코카콜라의 빨간색이나 스타벅스의 녹색처럼 잘 쓴 색 하나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난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만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디자인그룹 김정은(41) 책임은 테마파크의 색을 결정하는 ‘컬러 디자이너’다. 그는 “컬러 디자인에는 100% 만족하는 정답이란 없다”며 “가장 많은 사람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색을 선택하고, 색들이 어우러지는 조화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극소수 기업에서만 컬러 디자이너가 활동 중이다. 테마파크 컬러 디자이너는 더욱 희귀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2003년 에버랜드에 입사해 15년째 색과 씨름하고 있는 김 책임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려 홍익대 회화과 석사를 마친 서양화의 유망주였다. 대학원 동기인 팝아티스트 낸시 랭과 개인전을 마친 뒤 미국 유학을 떠나려 했지만 어머니의 병환 소식에 오랜 꿈을 접었다. 그는 “우연히 컬러 디자이너 1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봤는데 자격 조건이 서양화 전공이었다”며 “하필 ‘왜 서양화일까’ 호기심에 지원했다 3시간 동안 성벽을 구현하는 실기시험을 치르고 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에버랜드는 일본 등 해외업체들이 설계ㆍ시공하던 각종 시설물을 국내 기술로 대체하던 중이었다. 김 책임은 컬러 디자인 이외에도 시멘트를 쌓아 올린 뒤 조각을 하고 색을 입혀 바위를 표현하는 록워크(Rock Work) 등 테마파크 특유의 다채로운 디자인을 배우고 익혔다. 그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여러 색상의 모델을 만들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지만, 조형물은 오로지 하나라 모든 것을 걸고 색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수륙양용차를 타고 즐기는 에버랜드의 생태형 사파리 '로스트월드' 입구. 2013년 문을 연 로스트밸리의 컬러 디자인도 김정은 책임의 작품이다. 삼성물산 제공

’이솝빌리지’와 ‘로스트밸리’는 김 책임이 특히 애착을 갖는 ‘작품’이다. 그는 “조사를 거쳐 적합한 색들을 추출한 뒤 포인트 컬러를 정하고, 이걸 토대로 메인 컬러와 서브 컬러 등을 조합해 도면에 적용하는 순서로 작업한다”며 “로스트밸리의 경우 아프리카를 표현하기 위한 사실적인 색 구현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순수 미술과 디자인을 아우른 김 책임은 “현장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반응이 즉각 전달되는 데다,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어마어마한 것도 뚝딱 만들어내는 게 테마파크 디자인의 매력”이라며 “과거 직장 선배가 해준 ‘아트는 최고를 추구하지만, 디자인은 최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컬러 디자이너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김 책임이지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로스트밸리나 T익스프레스 등에 걸려 있는 그림 중 내가 시안을 그리고 서명까지 넣은 게 꽤 있다”며 웃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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