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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지훈련 갈 필요를 못 느껴요” 이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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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지훈련 갈 필요를 못 느껴요” 이구동성

입력
2016.01.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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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원지수(왼쪽부터) 정영희 이리영 엄지완이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수중훈련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원지수(왼쪽부터) 정영희 이리영 엄지완이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수중훈련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똑바로! 벗어나지 말고 더 앞으로 가야지!”

실내수영장에 울려 퍼지는 배경 음악은 흥겨운데 분위기만큼은 엄숙하다. 코치의 불호령에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엄지완(20) 정영희(19) 원지수 이리영(이상 15)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호흡을 맞춘다. 내년 3월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2016 리우올림픽 예선까지 남은 시간은 넉 달. 예선에서 24위 내에 들어야만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나태함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을 지도하는 박현선(27) 코치는 마이크를 들고 선수들을 향해 쉴 틈도 없이 구령을 외쳤다.

싱크로나이즈는 올림픽 무대에서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종목이지만 박 코치는 한국 싱크로나이즈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존재다. 그는 동생 현하(26)씨와 함께 자매 대표팀을 결성해 2012 런던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던 주인공이다.

이들 자매는 전체 24개조 중 12위로 본선에 올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하는 수확을 얻었다. 비록 본선 무대에서는 12위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싱크로나이즈의 미래를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수영센터의 벽면에 걸려 있는 현수막과 사진에 등장하는 선수도 박 코치 자신이다. 대형 태극기 바로 밑에 자리 잡은 현수막에는 ‘최선을 다한 선수 여러분 그대들은 진정한 국가대표 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지난달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박 코치와 4명의 선수들 역시 현수막에 새겨진 말처럼 국가대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연말도 반납한 채 맹훈련 중이었다. 이들은 한국 싱크로나이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하루 7시간이 넘는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은 일반인이면 1~2시간에도 지치는 수상 훈련을 오전 오후 합쳐 6시간 이상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박 코치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33위에 오른 만큼 본선 무대 진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예선까지 시간이 빠듯하지만 충북 진천선수촌으로 수영 종목들이 옮겨오면서 태릉선수촌보다 훈련 환경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 박 코치의 설명이다. 그는 “태릉에서는 경영, 수구, 싱크로나이즈 3종목이 하나의 수영장에서 번갈아 가며 훈련했지만, 진천에서는 경영과 다이빙이 별도의 수영장을 갖춰, 한결 여유 있게 훈련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종목별 풀이 나눠져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이빙 선수들의 지상 훈련을 위해 트렘블링실도 갖추고 있고,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을 위한 바, 대형 거울 등도 마련돼 있다.

진천선수촌은 2011년 10월, 12개 종목 350명 수용 가능한 규모로 충북 진천 무이산 자락에 자리잡았다. 태릉선수촌에 없거나 부족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졌고, 1966년 건립된 태릉선수촌에 비해 파격적인 시설과 훈련 환경을 갖추고 있다. 2017년 10월 진천선수촌 2단계 공정이 끝나고 나면, 총 37개 종목 1,150명이 선수를 수용할 수 있는 종합스포츠센터가 완성된다.

메달 종목 다각화를 위한 훈련 환경

진천선수촌의 다양한 훈련 시설은 특정 종목에 편중됐던 메달을 여타 종목들까지 분산시키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육상 종목 중 유일하게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있는 장대높이뛰기가 대표적이다.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를 지도하고 있는 정범철(37) 코치는 “육상 중에서도 멀리뛰기, 높이뛰기, 경보, 허들 등은 세계 무대의 벽이 낮은 종목이다. 최근 은퇴한 중국 허들의 대표 류샹처럼 동양인도 충분히 세계 정상을 노릴 수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정 코치는 “내년 올림픽 참가 기준 기록인 5m70(남자)에 다가서기 위해 진천에서 동계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특히 실내에서 대형 시설이 필요한 장대높이뛰기 훈련을 한다는 것은 여태까지 국내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다. 실내훈련이 가능한 다목적체육관에서는 배구, 핸드볼 등 구기종목 훈련이 우선시되는 것이 당연했다. 정 코치는 “외국에서는 시즌에 앞서 실내육상장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하며 경기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국내 여건은 그에 미치지 못했었다”면서 “하지만 진천선수촌에서는 다목적체육관에 트랙과 매트를 설치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동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자 테니스 국가대표 정현이 24일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테니스코트에서 서브 연습을 하고 있다. 정현은 8월 리우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천=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남자 테니스 국가대표 정현이 24일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테니스코트에서 서브 연습을 하고 있다. 정현은 8월 리우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천=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테니스 국가대표 역시 2016시즌 대비 동계훈련과 함께 역시 3월 열리는 남자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과 리우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실내테니스장에 모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정현(19)과 임용규(24)를 포함한 6명의 대표팀이 몸풀기에 나섰다. 노갑택(51)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은 “추운 겨울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훈련해도 될 정도로 난방시설이 훌륭하다. 더운 나라로 전지훈련을 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데, 이곳은 체력훈련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골프처럼 투어 생활이 대부분인 테니스 선수들이 한 곳에 입촌해 꾸준히 훈련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노 감독은 “1년 농사는 동계훈련 때 다 짓는다는 말처럼 내년 시즌을 위해 진천에서 집중 훈련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US오픈에서 그랜드슬램 1승을 따내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인 정현 역시 “4주 동안 군사훈련을 받느라 근육이 풀어졌다. 좋은 환경에서 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테니스는 개인 운동이지만 앤디 머레이, 로저 페더러처럼 국가대표로 데이비스컵 등에서 우승하는 선수들이 부럽기도 하다”면서 “나 또한 랭킹을 잘 유지해서 리우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을 내년 목표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충북 진천선수촌. 2단계 공사는 2017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진천=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충북 진천선수촌. 2단계 공사는 2017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진천=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외국인들도 “진천! 따봉!”

외국인들에게도 진천선수촌은 인기만점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진천선수촌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 코치는 2명. 그 중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를 담당하고 있는 아르카디 시크비라(60ㆍ우크라이나) 코치는 “진천선수촌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체중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시크비라 코치는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에 모두 머물러봤지만 하계 훈련 때는 진천이 서울보다 훨씬 공기가 깨끗해 실외 훈련을 하기에도 훨씬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천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선수들이 잡념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웨이트 훈련장도 넓고, 숙식 환경까지 훌륭해 더 없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날 세팍타크로 훈련장에는 말레이시아 남녀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에 열중이었다.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쌍벽을 이르는 세팍타크로 강국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대표팀과 합동 훈련을 하기 위해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이들은 약 2주간 진천선수촌 파트너하우스에 머물면서 한국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치르고, 훈련 방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팀 입장에서는 강팀으로부터 세팍타크로의 비법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말레이시아 여자 대표팀의 주장 시티 노즈바이다(25)는 “말레이시아에 없는 시설들이 많아 새로운 훈련 방법을 많이 배워간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진천선수촌을 나서면서 눈에 띈 선수촌 입구 전광판에는 ‘D-225’라는 숫자가 뚜렷했다. 리우올림픽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진천=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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