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엑기스 빠진 정부 대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엑기스 빠진 정부 대책

입력
2015.05.26 19:17
0 0

백수오 자체 효과 논란 불구

원료의 기능성 검증 방안 없어

장기윤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이 26일 충북 청주시 식약처 본부 브리핑실에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백수오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장기윤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이 26일 충북 청주시 식약처 본부 브리핑실에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백수오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이번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건강기능식품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정부는 26일 건강기능식품 안전관리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원료 기능성 인정제도의 부실 문제는 그대로 둬 소비자들의 불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안전관리 대책에 따르면 새로운 원료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려는 사업주는 기능성을 인정받기 위해 식약처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때 다른 원재료가 섞이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아울러 원재료의 진위를 구별할 수 있는 시험법 등에 대한 자료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또 내년 5월부터는 기존에 인정받은 원료도 기능성과 안전성을 재평가해 인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규 제조업자에게 ‘우수제조기준’(GMPㆍ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을 따르도록 의무화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 등을 갖추도록 했다. 아울러 고의로 불법원료를 사용한 영업자는 판매금액을 환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5명 이상의 소비자가 부작용 등 같은 피해를 입고 식약처에 조사를 요청하면, 식약처는 해당 업체의 위생점검과 원료ㆍ제품 검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GMP제도는 현재도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이미 유명무실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섞인 것으로 확인된 제품을 생산한 내츄럴엔도텍 역시 지난해 10월 식약처가 GMP 업체로 지정했고, 몇 차례 현장 점검을 나갔지만 이엽우피소 혼입여부를 밝혀내지 못했었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식약처의 기능성 원료 인정 절차 개선 방안이 빠져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엽우피소 혼입 문제와 별개로 백수오 자체에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현행 기능성 인정 제도는 원료의 기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기능성 등급을 ‘질병발생 위험 감소기능’과 ‘생리활성기능 1ㆍ2ㆍ3등급’ 등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높은 등급인 ‘질병발생 위험 감소기능’은 사실상 의약품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의약품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생리활성기능 2등급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1건, 3등급은 동물실험이나 실험실 연구만 있어도 기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 지나치게 문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내츄럴엔도텍이 2010년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식약처의 인정을 받은 것도, 여성 68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결과 1건이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연구는 백수오 뿐 아니라 기능성이 검증된 당귀 등도 함께 먹도록 해 백수오의 단독 효과로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특히 논문저자 4명 중 3명이 내츄럴엔도텍 직원이어서, 객관성도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식약처의 개선안에는 핵심이 빠져있다”며 “기능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생리활성화기능 2ㆍ3등급은 없애고 기준을 다시 세워 건강기능식품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