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심판' 발언 놓고 정계개편설
"천막당사부터 지켜온 당인데…"
청와대와 새누리당 비박계 지도부의 갈등이 격해지면서 때 아닌 정계 개편론이 튀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살벌한 경고를 보냈음에도 여당 지도부가 계속 엇박자를 낼 경우 승부사인 박 대통령이 여당과 갈라서려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관측이 낳은 각본이다. 청와대는 26일 “소설 같은 얘기”라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 줄 세우기 정치, 구태 정치를 국민들이 선거에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말한 것을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치권 새 판 짜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도와주지 않는 새누리당에 극도로 실망해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 자주 오르내린 터였다.
이에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과 함께 갈 수 없다고 선언하고 전격 탈당한 뒤 동반 탈당하는 친박계 인사들과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신당을 만든다는 시나리오가 호사가들 사이에서 거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도다.
그러나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의 동력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신당의 구심으로 내세울, 차기 대권주자의 입지를 굳힌 친박계 인사가 아직 없다. 또 미래 권력을 등지고 현재 권력을 따라갈 여당 의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청와대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탈당을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을 폄훼하는 지나친 상상이자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천막당사 시절부터 어떻게 지켜 온 당인데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심판”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한 여권 인사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대세가 될 차기 총선 공천에서 대통령이 인위적 물갈이를 주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총선 공천과 본선, 또 차기 대선에서 당락을 가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앞으로 청와대 뜻에 잘 따르라 엄중한 경고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