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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육성 20년’ 김성수 “‘어게인 평창 아이스하키’도 풀뿌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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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육성 20년’ 김성수 “‘어게인 평창 아이스하키’도 풀뿌리부터”

입력
2018.08.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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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ㆍ17] 국가대표 은퇴 이후 지도자 변신…유소년 클럽 육성

적자 운영에 월세살이…”아이스하키 저변 확대에 남은 인생 올인”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김성수 아이스하우스 단장은 “팀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에서 조직력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훈련 중에도 팀워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느슨한 태도를 용납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김성수 아이스하우스 단장은 “팀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에서 조직력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훈련 중에도 팀워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느슨한 태도를 용납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누가 코너를 도는 데 설렁설렁 돕니까? 끝까지 똑바로 합시다, 똑바로.”

육중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체력 훈련하는 20여명의 선수들 가운데 일부가 요령을 피우자 여지없이 단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1,2명이 전열에서 이탈할 경우, 악영향을 받게 될 팀워크에 대한 우려였다. “공격ㆍ수비 등 중요한 전술 훈련은 물론 체력 훈련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아이스하키는 개인 보다 조직력이 우선인 팀 스포츠이니까요.”

지난 1일 경기 수원시 탑동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김성수(47) 아이스하우스 단장은 훈련 시작 30분 만에 느슨해진 선수들을 질책했다. 매사에 확실한 그의 성격은 선수들의 훈련 프로그램에도 반영됐다. “잠시라도 방심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게 부상입니다. 일단 빙판에 스케이트를 신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팀이나 개인을 위해서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됩니다.”

빙판에서만 30여년을 달려온 그의 경험에서 나온 따끔한 충고였다. 김 단장의 지휘 아래 이날 오후 8시부터 100분 동안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훈련 분위기는 폭염 속 바깥 온도 만큼이나 후끈했다.

김성수 아이스하우스 단장이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실내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독려하고 있다.
김성수 아이스하우스 단장이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실내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독려하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20년 동안 유소년 육성에 올인

국내 아이스하키 클럽 단장이 직접 빙판에서 선수 지도에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중ㆍ고교 시절부터 대학과 성인 실업팀에서 모두 국가대표에 선발돼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운동 선수의 최종 목표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거죠.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으니까요. 애국심이 생기면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정상에 선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16살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그는 태극마크를 달았던 시절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당시 느꼈던 답답함은 그의 가슴에 한(恨)으로 남았다고 했다.

“국가대표로 뛰면서 항상 머리 속엔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당시만 해도 주먹구구식으로 행해지는 강압적인 훈련이 많았거든요. 저도 한 때 운동을 그만 둘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국내 유소년 아이스하키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파생된 비효율적인 훈련 방식이 선수들의 잠재력을 키우는데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998년 김 단장이 현역 은퇴한 직후 유소년 아이스하키 토대 마련에 ‘올인’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도 이런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

“국내 아이스하키가 성장하고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선 유소년 유망주 발굴과 육성 과정에서부터 제대로 된 마중물이 필요했어요.”

빙판을 떠나 약 3년간 효율적인 유소년 아이스하키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몰두한 그는 2001년 경기 수원시 탑동 아이스링크(현 아이스하우스) 전임 감독으로 돌아왔고, 꿈나무 발굴에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내 달콤한 열매도 따라왔다. 2002년 팀을 창단해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1~3년), 고학년(4~6년) 등으로 나눠 적용한 그의 맞춤형 훈련은 효과가 있었고, 2006년 첫 출전한 전국대회부터 가져온 우승컵은 현재까지 매년 쌓여가고 있다.

김성수 아이스하우스 단장이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실내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공격과 수비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수 아이스하우스 단장이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실내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공격과 수비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적자 경영에 월세살이…”하지만 게을리 할 순 없어”

‘우승 제조기’로 자리매김한 김 단장이지만 속앓이도 적지 않다. “우리 팀에서 매년 우승을 하다 보니, 눈높이가 높아졌어요. 친선경기가 아닌 정식 경기에는 잘하는 선수 위주로 내보낼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한쪽에선 ‘우리 아이의 출전 시간이 너무 짧다’는 불만을 내놓고, 또 다른 쪽에선 ‘왜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내보내서 게임을 망치느냐’는 항의가 들어옵니다. 솔직히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고맙기도 하지만 단장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 문제까지 파고든 학부모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갈수록 커지는 적자 경영 역시 김 단장에겐 걸림돌이다. 2016년 적극적으로 꿈나무 발굴, 육성에 나서기 위해 은행 대출과 전 재산까지 털어 아이스하우스를 인수했지만 그는 현재 적자 상태다. “전기요금을 포함해 아이스하키 링크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아직도 아이스하키가 고비용 운동으로 인식된 탓인지 대중화에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아이스하우스에서 만난 김성수 단장은 “국내 아이스하키 대중화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다져진 꿈나무 발굴과 육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수원시 탑동 아이스하우스에서 만난 김성수 단장은 “국내 아이스하키 대중화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다져진 꿈나무 발굴과 육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경영으로 월세살이 신세인 김 단장이지만 다른 클럽에 비해 30% 저렴한 강습료, 첫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헬멧 등 80만원 상당의 기본 장비 무상 지원은 중단하지 않을 생각이다.

“제가 운동을 시작할 때,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을 했던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제가 좀 힘들다고 해서 ‘아이스하키 입문 문턱을 낮춰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초심을 잃고 싶진 않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보이는 유소년 아이스하키 지도자이지만, 그는 빙판을 떠날 순 없다고 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확인된 아이스하키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어게인 평창 아이스하키’를 위해 필요한 튼튼한 풀뿌리는 제가 길러내야 합니다. 제 뒤를 이어 아이스하키에 뛰어든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 남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수원=글ㆍ사진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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