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원료수입 과정서
계열사 끼워넣어 ‘통행세’ 지출케 해
신격호 총괄회장에 내일 출석 통보
롯데케미칼이 원료수입 과정에서 ‘계열사 끼워넣기’ 수법으로 다른 법인들에 거액의 중개수수료를 지급해 온 데 대해 검찰이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파악한 신 회장의 배임 규모는 230억원대에 달한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최근 롯데케미칼과 롯데상사, 일본 롯데물산 등의 임직원들을 잇따라 불러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997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4조~5조원대의 석유화학제품 원료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과정에 일본 롯데물산과 홍콩과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둔 A사 등을 중개업체로 끼워 넣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직거래가 아니라 중간 경유지를 거치는 수법으로 일본 롯데물산 등을 부당 지원하고, 이른바 ‘통행세’ 명목으로 230억원대의 금액을 불필요하게 지출함으로써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로 인해 빠져 나간 회삿돈 일부가 신 회장 측으로 유입된 단서를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2004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일본 롯데물산 측이 관련 자료 제출을 미루고 있어 신 회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법리 검토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 회장 소환 이후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7일 오전 피의자 출석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신 총괄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780억원대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서미경(58)씨에 대해 일본 사법당국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씨 측이) 1개월 이상 출석을 고민 중이라고만 하니 강제조치를 고민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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