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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은 커져 가는 국민적 사법 불신이 두렵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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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은 커져 가는 국민적 사법 불신이 두렵지도 않나

입력
2018.07.31 19: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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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관련 196개 문건 추가 공개

청와대ㆍ의원 공략 방안 세세히 담겨

법원은 의혹규명에 방어적 태도 일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31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등 의혹 관련 문건 196건을 추가 공개했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최종 보고서에서 언급한 410개 문서 가운데 1차 공개한 98건과 중복 자료를 뺀 나머지 문건이다. 1차 공개 문건이 상고법원 도입을 목적으로 한 재판 거래 의혹이나 당시 법원 체제에 비판적인 입장인 판사들에 대한 뒷조사 정황을 담고 있었다면,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청와대와 정부 설득, 국회 로비, 법조계 비판세력 견제, 언론 이용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다.

이 대책들이 모두 실제 이행됐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언론 로비가 실행돼 일부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단지 계획에 머물렀다고 볼 수도 없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전념해야 할 판사들이 조직 이익 챙기기에 얼마나 몰두했는지 거듭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건 중에는 2015년 당시 박근혜 정권의 4대 부문 개혁에 호응하는 사법인프라혁신 방안을 마련해 상고법원안을 포함시키자거나, 상고법원에 부정적인 대한변협 회장을 타깃 삼아 “법률가로서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돌출행동”을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전파하자는 계획도 있다.

국회를 대상으로는 법사위 소속 의원 성향을 개인별로 분석해 상고법원 관련 대응 전략을 짰다. 이 중 여야 ‘설득 거점 의원’ 공략 방안에는 당시 야당 의원이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해 왔으니 “민원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ㆍ설득 추진”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재판 거래를 의심할만한 대목이다. 언론 대책은 주로 조선일보를 이용하는 여러 방안이 세워졌고 실제 기고나 특집기사 형태로 일부 실행됐다.

두 차례 공개된 문건들은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등이 작성한 자료의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되돌리기가 불가능해 보일 만큼 깊어진 상황이다. 이례적이지만 법원 내부 조사의 한계가 다시 한번 분명해졌고, 검찰이 법원 조직을 샅샅이 조사해서라도 사법 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전국 판사들을 대표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이미 이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약속에도 법원행정처가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 법원 상층부는 여전히 수사를 거부하는 기류가 강해 보인다. 사건 조사에 필수인 양 전 대법원장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연거푸 기각된 것도 석연치 않다. 법원의 방어적ㆍ수동적 자세로 진실 규명이 어려워지면 그로 인한 사법불신의 피해는 사법부가 질 수밖에 없으며, 그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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