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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재인 의원이 전면에 나서라

입력
2014.08.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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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지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남을 정복하고 동화하여 스스로 강해지려는 의지’라고 니체 철학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일상 현실에서는 ‘권력을 잡겠다는 의지’정도로 통용된다. 니체 철학에 터를 잡고 현실 정치의 표현으로 엮는다면 ‘(정치인으로서) 존재의 가장 심오한 본질이며 (정치적)삶의 근본 충동’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갑작스레 권력의지가 떠오른 것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살펴 권력을 잡겠다는 정치인치고 ‘부족한 권력의지’가 논란이 됐던 이가 문 의원 말고 또 있을까. 그는 2012년 대선 출마선언 직전까지도 권력의지가 의심된다는 세평에 시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맺음말의 문재인의 운명을 냈을 때도 “여전히 권력의지가 흐릿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즈음 부산에서 만난 문 의원(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권력이라는 야심을 향해 온갖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면 없는 게 맞다”면서 새로운 의미의 권력의지를 설명했던 게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런 문 의원이 언제부턴가 권력의지가 충만해졌다고 한다. 문 의원 주변에서는 차기 당권 논의가 거론되고 있다고도 한다.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 옆에 자리를 깔고 단식에 나선 것도 당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해석하고 있다.

문 의원이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세월호 동조단식에 나섰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가 단식에 돌입하며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김영오님을 살려야 합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미뤄 김씨의 단식을 말리러 나선 게 아닐까 추론해 볼뿐이다. 이후 문 의원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뭐하고 있습니까. 당신들이 책임지고 당신들이 수습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의미가 증폭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문제는 문 의원의 행보가 안 그래도 지리멸렬한 새정치연합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문 의원이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두는 것과 상관없이 그의 행보는 당장 “여야 재합의를 유가족에게 설득하겠다”는 박영선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지도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나아가 그의 단식과 언급은 “당장 여당과 재재협의에 나서라”는 당내 강경파의 주장과 입지를 뒷받침하면서 파열음만 키웠다.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문 의원의 단식은 정치적 의미와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의 행보가 꽉 막힌 세월호 정국에 돌파구를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면 정치적 위상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고 대권의 큰 그림도 성큼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그의 행보가 청와대와 여당은 움직이지 못한 채 도리어 야권의 분란만 부채질한다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의 외침이 몇 차례 궤도를 이탈한 박영선 체제를 교정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새정치연합 내부의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일이다.

문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에 이어 두 번째다. 작금의 상황을 당시와 단순비교 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당내 분란을 증폭시켜 나가는 비슷한 전개과정이 어쩐지 꺼림칙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문 의원의 메시지가 실세 정치인의 간접화법으로 정치에 투영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 그룹이 당의 주류인데도 전면에 나서기보다 뒷전에 물러앉아 ‘훈수정치’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문 의원이 권력의지를 회복하고 있다니 당의 전면에 나서 책임정치를 보여 줬으면 한다. 권력의지는 누군가 옆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 직면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그 결과를 무한정 책임지면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문 의원이 진정 차기 대선에 의지를 갖고 있다면 비상의 상황인 지금, 아니면 최단의 비대위 체제 직후에 곧바로 당을 책임지고 운영해 봐야 한다. 하늘 아래 그 어떤 새로운 형태의 권력의지를 찾을 일이 아니다.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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