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독일 재산은 새발의 피
아버지가 1980년대에 재산 은닉
최근까지 수조원대로 불었을 듯”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부친인 고(故) 최태민(1994년 사망)씨가 생전에 스위스로 거액의 재산을 빼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독일 수사당국이 추적 중인 8,000억원대 자산을 비롯,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씨 측의 해외 차명재산 보유 의혹(본보 지난해 12월 22일자 1면ㆍ23일자 1면)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베일에 가려진 최씨 일가의 천문학적 재산 형성과정이 밝혀지게 될지 주목된다.
최순실씨 이복 오빠인 최재석(63)씨는 11일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순실씨의 독일 은닉 재산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고, 스위스에 가장 많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종잣돈이 스위스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버지 대(代)에도 그 곳에 재산을 갖고 있었는데, 아마 85년쯤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최태민씨가 사망하기 10여년 전에 이미 스위스에 재산을 숨겨 뒀고, 바로 이 돈이 ‘시드 머니’(seed money)가 돼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수조원대로 불어 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재석씨는 “(어떤 재산이 스위스로 갔는지는) 얘기해 줄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정확히 얼마 정도였는지, 왜 그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모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아버지 본인이 알아서 재산을 관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최태민씨가 ‘박근혜 대통령 1조원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고 재석씨는 주장했다. 그는 당시 부친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일을 언급하면서 “복수심이 생겼을 것 아닌가”라고 한 뒤, “박근혜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하고선, 이를 위해 1조원을 모으려 했다”고 했다. 하지만 93년 김영삼정부 출범 때까지도 실제 끌어 모은 돈이 3,000억원에 그치자 ‘무리’라고 판단해 이를 접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석씨는 부친의 ‘타살 의혹’도 제기했다. 문제의 3,000억원에 대해 최태민씨가 평소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니 널 줄 수 없다. 주게 되면 나중에 사달이 난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 프로젝트’ 중단 때에도 “이 돈은 돌려드려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직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해당 재산이 최순실씨 일가에 상속돼) 지금 사달이 난 거 아니냐”고 했다. 순실씨의 모친인 임선이(2003년 사망)씨가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내비친 셈이다. 재석씨는 최근 부친이 남긴 재산목록과 타살 정황 자료 등을 박영수(65) 특별검사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0년대 중반쯤 최태민씨와 만났다는 주장도 했다. 재석씨는 “젊은 시절의 김 전 실장이 아버지 사무실로 찾아온 모습을 봤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검사 임관 10년 후인 74년 중앙정보부에 파견돼 대공수사국장 등을 지낸 뒤, 79년 청와대 법률비서관에 올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좌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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