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동해를 향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BM_25) 두 발은 각각 150여, 400여㎞를 비행했다고 한다. 이전 네 차례 시험이 발사 직후의 공중 폭발 등으로 모두 실패했던 것과는 달랐다. 특히 400㎞를 날아간 여섯 번째 미사일은 발사 각도를 높여 거리를 조절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북한이 거듭된 실패를 통해 결함을 보완함으로써 사거리 3,000~4000㎞에 달하는 무수단 성능 향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음을 뜻한다.
소형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무수단 미사일의 개발 진전은 전략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 전역과 태평양 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옛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기반으로 한 무수단 미사일 30~50기를 실전배치 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실제 성능이 의문시 됐던 이 무수단 미사일이 이번 시험발사로 위협이 현실화하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전략 균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핵운반 수단의 종결자로 불리는 SLBM도 중대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북한은 20일 국방위원회 담화를 내고 B_52 전략폭격기가 이륙하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등 “미국의 대조선 침략 및 병참보급 기지들”을 “정밀 타격권 안에 잡아넣은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다분히 무수단 미사일 등 전략 무기들의 실전배치를 염두에 둔 노골적 위협이다.
정부는 어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무수단 발사 상황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으로 북의 무수단 시험발사를 강력 규탄하고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북 기세에 비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게 뻔하다. 어제만 해도 노동신문을 통해 핵개발 의지를 거듭 확인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을 촉구한 북한이다. 남한을 겨냥해서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쏠 수 있는 신형 단거리 미사일과 300㎜ 방사포 시험을 계속해왔다. 5월 7차 당대회 이후 군사회담 제의 등 대남 대화공세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이유다. 과대망상에 빠진 북의 무모한 군사 모험주의가 어디까지 갈지 아득하다. 정부는 속절없이 북한이 주도하는 군사게임에 끌려갈 게 아니라 근본적 상황 전환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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