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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엘리엇의 주주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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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엘리엇의 주주자본주의

입력
2018.05.13 18:3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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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자본주의는 기업 경영의 최대 목표를 ‘주주의 이익’에 두는 경영 이념이다. 보통 기업의 경영목표는 ‘이윤의 창출’로 여겨진다. 하지만 거기엔 창출된 이윤이 누구의 몫이고 어떻게 쓰이는 게 옳은지에 관한 생각이 없다. 그렇다 보니, 기업 이윤이 실질적 오너나 소수 경영자의 배를 채우는데 쓰이거나, 대부분 기업에 유보돼 정작 주주들은 이윤 배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증시가 발달한 미국 등에서 다른 어떤 경영목표보다 주주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했다.

▦ 주주자본주의가 대두되면서 기업이 제반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했는지를 증시를 통해 검증 받는 시스템이 정착했다. 예컨대 기업이 신규 설비투자를 했는데 그게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면 주가가 하락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고용을 늘리거나 임직원 연봉은 올리면서 주주 배당을 낮춘다면 역시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사회는 즉각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교체하는 일이 미국에선 보편화했다.

▦ 따라서 기업 경영진은 모든 의사결정에서 그것이 해당 기업 주식 선호도나 주가를 올리는 것인지를 최우선 판단기준으로 삼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증시 세평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경영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나 고용 유지 같은 기업의 전통적, 사회적 가치와 충돌하는 상황이 자주 빚어진다. 한계기업을 인수해 무자비하게 직원들을 자르고 시설을 줄여 지분가치를 높인 다음 팔아 치우는 증시 투기꾼들의 모습을 그린 미국 영화 ‘월스트리트’(1987)도 그런 비판적 시각에 입각한 작품이다.

▦ 요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내에서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엘리엇은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해 지분 취득 기업의 경영에 적극 개입해 배당률이나 주가를 높여 투자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며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엘리엇도 엄연한 주주인 만큼, 보유 지분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행동을 무조건 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엘리엇의 주장은 단기 주가 부양엔 유리할지 몰라도, 기업 장기 발전이나 고용유지 같은 더 중요한 전략적 가치와는 충돌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엘리엇에 대한 현대차의 반박 논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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