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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못 한 교도소 개혁, 트럼프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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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못 한 교도소 개혁, 트럼프가 할까

입력
2018.08.09 17:59
수정
2018.08.09 20:5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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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폭력 마약사범에도 관용 없어

범행 동기 등 참작없이 최대 형량

교정 행정 비용만 1년 200조원

‘첫발’ 법안 제의 등 개혁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 흑인 목사 20명을 초청해 기도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논의 중인 연방 교도소 개혁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 흑인 목사 20명을 초청해 기도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논의 중인 연방 교도소 개혁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족 혈통 출신인 여성 크리스탈 무뇨스(38)는 10년 전 마리화나 유통에 가담했다가 18년형을 선고받았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카스웰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재판 때 임신한 상태였고, 감옥에서 사슬에 묶인 채 아기를 낳았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엄마로부터 떼어졌다. 울부짖는 무뇨스에게 돌아온 건 침착하라는 말뿐이었다. “그다음부터는 조용히 눈물만 흘렸어요. 며칠 동안이요.”

무뇨스 같은 마약사범에게 미국 사법체계는 용서가 없다. 범죄가담 과정이나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정상참작 없이 무관용으로 최대 형벌을 때린다. 그래서 경미한 마약사범이나 폭력에 가담하지 않은 범죄자들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쪽으로 교정행정이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런 요구에 부응, 개혁을 모색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반대로 실패했다. 보수ㆍ강성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에는 ‘교도소 개혁’이 물건너갔다는 탄식도 나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급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분야 개혁의 총대를 메고 나섰다.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인 카녜이 웨스트의 부인이자 유명 리얼리티 TV쇼 스타 킴 카다시안을 지난 5월 백악관에서 만난 뒤 오바마가 실패했던 개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카다시안은 당시 무뇨스처럼 마약 유통에 가담한 뒤 22년 복역 중인 엘리스 존슨(63)의 석방을 탄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일주일 만에 풀어 줬다. 존슨에 관한 소식을 접한 이후, 무뇨스는 미국 인터넷 매체 ‘인터셉트’에 “나는 아이들이 날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미세한 희망을 얻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 밖 전향적 행보에 대해 진보 좌파 카멀라 해리스에서 시장주의 우파 랜드 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파의 상원의원이 초당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트럼프표’ 교정 개혁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제안한 ‘퍼스트 스텝(첫발)’ 법안이다. 수감자 처우를 개선하고 수감자들에게 교육ㆍ직업훈련ㆍ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5월 하원에서 민주ㆍ공화 양당의 지지로 무난히 통과됐고, 상원에서는 비폭력 마약사범의 양형 기준 완화를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목사 2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수정안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9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배드민스터에서 주요 지도자들을 초청해 개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이미지와 다른 개혁안에 동의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 특유의 지나친 처벌과 낭비적 교정행정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제교정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재소자는 10만명당 670명으로 중국의 6배, 스웨덴의 12배에 이른다. 또 연간 1,830억달러(2017년 기준) 예산이 투입된다.

교정 개혁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임기 말 정치적 동력을 잃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의회를 통한 입법보다는 행정명령을 활용한 제한적인 개혁을 완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혁안은 공화당이 의회 양원을 장악한 데다 민주당의 지지까지 받고 있다. 거의 모든 면에서 반(反)오바마 정책 행보를 이어 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완성하지 못한 교정 개혁의 꿈을 이뤄 낼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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