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T ‘014XY서비스’ 8월말 종료
하이텔ㆍ천리안ㆍ나우누리ㆍ유니텔 등
90년대 초반 황금기 후 쇠락
#2
1년여간 사용자 신호 확인 작업
회선 변경 안내 마치고 폐쇄 앞둬
남아있던 마지막 인프라 모두 정리
#3
30만배 빠른 기가인터넷 상용화
모든 사물 통신 ‘초연결사회’목전
‘삐익! 삐~삐~’ 한밤중 요란하게 울리던 모뎀 접속 소리에 마음을 졸이고, 파란화면을 배경 삼아 “방가방가”로 시작한 채팅에 날 새는 줄도 몰랐던 시절. 전화 모뎀을 끌어다 쓴 탓에 “중요한 전화를 놓쳤다”는 부모님의 꾸지람부터 경악스러운 전화요금 폭탄에 등골이 오싹했던 기억까지. 추억 속 한 페이지를 같이 써 내려 갔던 ‘PC통신’이 30여 년의 임무를 마치고 오는 8월 ‘완전한 종말’을 맞는다.
29일 KT에 따르면 PC통신 서비스인 ‘014XY 서비스’가 오는 8월 31일 완전히 종료된다. 014XY는 014로 시작하는 5자리 숫자로 구성된 PC통신 전용 전기통신번호다. 과거 한국통신 시절 KT는 PC통신 ‘게이트웨이’의 주인이었다. 자동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톨게이트를 거치는 것처럼 그때 그 시절 014 번호판을 단 다양한 PC통신 사업자들은 KT가 관리하던 게이트웨이를 통과해야 했다. 이제 KT가 게이트웨이를 닫고 수명이 끝난 014XY 번호를 모두 정부에 반납한다. 남아 있던 인프라가 모두 정리되면서 PC통신의 ‘마지막 자취’가 뒤안길로 사라지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혹시라도 개인이나 사업자가 PC통신 번호를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1년여간 신호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한 중소업체가 카드결제 데이터 백업용으로 번호를 사용하고 있어서 회선 변경 안내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PC통신 번호를 쓰던 ‘마지막 손님’도 떠나게 된 것이다.
PC통신은 1980년대 ‘PC를 통해 통신한다’는 개념을 정착시킨 후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4대 천왕’이 활약하던 90년대 초반 황금기를 누렸다. PC통신 동호회가 만들어 간 ‘게시판 문화’는 지금의 웹소설, 웹툰으로 진화한 PC문학의 원천이기도 했다. 김성수 KT 인터넷사업 담당은 “영화와 책으로 나온 ‘퇴마록’의 이우혁 작가, ‘엽기적인 그녀’ 원작자인 당시 필명 ‘견우74’ 등이 하이텔이 낳은 최고의 스타”라며 “하이텔 게시판에서 완성된 명작들은 인터넷 문학의 시초”라고 회상했다.
이후 30여년 간 흘러온 인터넷의 역사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PC통신 당시 속도는 3Kbps로 현재 인터넷 평균 속도(100Mbps)의 3만 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1996년 당시 PC통신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접속 지연, 접속상태 불안정 등 서비스 장애(37.5%)였을 정도로 빠른 속도는 기대조차 않았고, 접속만 끊기지 않길 바라던 때였다. 1994년 국내 최초 인터넷 상용 서비스 KT의 ‘코넷’을 시작으로 “유쾌 상쾌 통쾌”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등 개성 있는 광고 문구들을 앞세운 속도 경쟁이 시작됐다. 현재는 PC통신보다 30만배 더 빠른 ‘기가인터넷’(1Gbps)도 상용화돼 있다.
김 담당은 “비록 PC통신은 타자 속도를 화면의 글씨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느리고 그래픽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투박했지만 정감과 낭만이 있었다”며 “이제는 KT가 2014년 처음 연 기가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모든 사물이 통신하는 ‘초연결사회’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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