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작된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팟캐스트 열풍을 일으킨 지 5년이 지났다. 당시 여의도 공원을 꽉 채울 정도로 뜨거웠던 나꼼수의 열기가 대선 패배로 시들해지면서 팟캐스트의 시대도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나꼼수의 뒤를 이어 우후죽순 등장한 진보 진영의 정치 팟캐스트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보수 종편’에 대응하는 진보진영의 미디어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일부 영향력 있는 팟캐스트의 경우 다수의 출연자가 4ㆍ13 총선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나꼼수 출연진, 정치인 등이 팟캐스트 운영
가장 유명한 시사 팟캐스트로는 매회 평균 200만건이 다운로드 된다는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이이제이)를 들 수 있다. ‘시사 팟캐스트계의 유재석’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이작가(이동형)와 이박사(이종우 상지대 조교수), 세작(본명 윤종훈) 등 3명이 진행한다. 해체된 '나꼼수' 출연진은 각각 '김용민 브리핑' '정봉주의 전국구'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제작하며 경쟁하고 있다.
정당이 직접 팟캐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노회찬 당선자가 진행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정치카페)는 정의당의 팟캐스트로 2년여 제작되다 지난 18일 100회 방송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정치카페의 백정현 피디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안에 따라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 되고 보통 80만 건 다운로드가 됐다"고 말했다. (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도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를 제작하고 있으며 대부분 시사 팟캐스트들은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종편에 맞서 야권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4ㆍ13 총선을 앞두고서도 이들 팟캐스트들은 크게 활약했다. 이들 팟캐스트는 선거 판세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직접 후보들을 초대해 인지도를 넓혀 야권 표를 결집하는데 기여했다. 이이제이에는 지난 1월부터 총선 직전까지 23명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후보들이 출연했고 전국구에는 11명, 파파이스에도 4명의 후보가 출연했다.
팟캐스트서 인지도 높여 국회의원 당선도
이번 총선에서 '깜짝 당선'된 후보 중 총선 기간 정치 팟캐스트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경우도 꽤 있다. 부산진구갑의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예비후보 시기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더민주의 부산시당 위원장이기도 한 김 당선자는 지난 1월 이이제이의 부산 공개방송에 출연해 YS와의 인연 등을 소개했다. 실제로 그가 출연한 이이제이 1월 26일 방송분이 업데이트 된 후 검색엔진에서 김 당선자의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 남구을에 출마했던 박재호 당선자도 팟캐스트에 출연해 전국적 인지도를 높였다.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한 유영민 후보,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오창석 후보와 함께 이이제이에 출연한 박 당선자는 지난해 암 투병 중이던 부인과의 사별한 사연과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 등을 전해 표심을 자극했다. 실제로 3월 30일 방송이 업데이트 된 후 그의 검색량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늦은 3월 19일에야 전략 공천이 확정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서울 은평구갑 당선자도 팟캐스트 덕을 봤다. 인지도가 많이 낮은 상황에서 이이제이에 출연한 그는 방송이 업데이트된 시점인 4월 2일 공천이 확정됐을 때보다 훨씬 높은 관심을 받았다.
팟캐스트에 출연한 후보 중 당선자도 20여명이 나왔다. 이이제이에 출연한 23명의 지역구·비례 후보 중 14명(김영호 진선미 손혜원 박주민 강병원 황희 박재호 김병관 김정우 조응천 이학영 김종민 김영춘 김종대)이 당선됐다. 비례대표 후보로 출연한 11명 중에서는 중 6명(김병기 안호영 홍영표 신동근 전재수 이해찬 김병관)이 당선됐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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