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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매너ㆍ명존쌔때… 20대도 모르는 10대들의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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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매너ㆍ명존쌔때… 20대도 모르는 10대들의 은어

입력
2016.10.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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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부서 여청과 김병우경장

아재들을 위한 10대 언어사전 발간

청소년들의 은어 442개 수록

무지개매너 버터페이스 복세편살에 별다줄하는 10대 이해하기

대구중부경찰서 김병우 경장이 13일 자신이 편집한 '청소년은어사전'을 소개하고 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대구중부경찰서 김병우 경장이 13일 자신이 편집한 '청소년은어사전'을 소개하고 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대구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제작한 '청소년 은어사전'. 대구중부경찰서 제공
대구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제작한 '청소년 은어사전'. 대구중부경찰서 제공

20대도 모르는 10대들의 은어…. ‘아재’들을 위한 10대 언어사전이 나왔다. 20대도 잘 모르는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청소년들의 꿈과 고민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13일 학교폭력 예방 등을 위해 ‘청소년 은어사전’을 제작, 배포했다고 밝혔다. 가로 10.6㎝ 세로15㎝의 손바닥만한 크기지만 82쪽에 걸쳐 442개의 단어를 수록하고 있어 웬만한 ‘그들’만의 언어를 다 알 수 있다. 가나다 순으로 편집, 예문도 함께 실어 이해를 돕는다. 줄임말 게임용어 그리고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욕설까지 담았다.

청소년 은어사전에 따르면 웬만큼 청소년들과 소통한다는 사람들도 모르는 말이 부지기수였다. 무지개매너(‘무지’와 ‘개매너’의 합성어. 매우 매너가 없다는 뜻), 명존쌔때(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다), 남아공(남아서 공부나 해)등의 줄임말부터 노상까다(길에서 돈을 빼앗다)등 기성세대는 물론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20대 초반도 모르는 말이 많았다.

쓸데없는 행위를 가리키는 닭질, 모든 편에서 뛰어나지만 외모가 아쉬운 여성을 비하하는 버터페이스, 가지고 싶을 만큼 매력있는 남자 가싶남, 사기행위를 뜻하는 빨래질은 아예 유추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들은 번달번줌(번호 달라면 번호주나?)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하다가도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라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 또 파덜어택(아버지에게 혼남, 아버지가 집에 도착해 컴퓨터를 급히 꺼야 할 상황), 엄빠주의(야한 내용이 있으니 부모님한테 들키는 것을 주의하라) 등 기성세대는 피해야 할 존재로 주로 표현한다.

청소년들의 은어를 파악하고 직접 편집까지 한 대구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병우(36)경장은 “학교폭력 징후를 알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책자를 본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500부 가량 인쇄, 경찰서 여성청소년담당 직원과 학교 생활지도담당교사들에게 배포키로 했지만 수요가 많아 2쇄 인쇄를 준비 중이다.

김 경장은 은어사전 제작을 위해 대구 중구 관내 초, 중, 고 20개 교 학생들을 대상으로‘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 공모’전까지 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찾아 자체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문자나 메일을 이용해 김경장에게 본인들이 사용하는 말을 적어 보냈다. 김 경장은 “사전을 받아 본 학부모 중에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돼 고맙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 사람도 있고,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 아이들끼리 하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격려해주시기도 한다”며 “청소년 은어사전이 기성세대가 10대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계기로 역할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기성세대뿐 아니라 20대도 빠르게 변하는 10대 언어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청소년 은어사전을 읽은 박모(25ㆍ대구 북구 서변동)씨는 “당연히 다 안다고 자신했는데 한 쪽당 1~2개는 모르는 말이다”며 “특히 외모나 게임에 관한 단어가 많아 10대 관심사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부서는 이런 반향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쯤 새로운 버전의 은어사전을 제작할 계획이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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