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 개가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 개들이 사람들의 말의 억양뿐 아니라 단어까지도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헝가리 에오트보스 로란드 대학의 아틸라 안딕스 박사 연구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사이언스지에 사람의 말을 듣는 개의 뇌는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반응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기고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의 뇌도 말의 의미에는 왼쪽 뇌가, 말하는 소리의 어조나 음색같은 감정이 담긴 소리에는 오른쪽 뇌가 반응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들에게 억양과 단어의 의미가 다른 목소리 4가지를 들려주고,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스캔해 뇌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은 인지기능과 연관된 뇌 활성화 영역을 탐지하도록 고안된 뇌기능 영상화 방법이다. ▦칭찬하는 말을 긍정적인 억양으로, ▦칭찬하는 말을 중립적인 억양으로, ▦중립적인 말을 긍정적인 억양으로, ▦중립적인 말을 중립적인 억양으로 들려주고 반응을 살펴보았다. 결과 개는 좋은 말을 긍정적인 억양으로 말한 경우에만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의 경우에는 모두 비슷한 정도로 미적지근하게 반응했다.
안딕스 박사는 “개는 사람의 몸짓과 눈을 바라보며 소리를 듣기 때문에 단어의 의미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분해서 배운다”며 “개들은 단어의 의미에도 주의를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도 놀랍지만, 실험이 이뤄진 과정 자체도 개가 아니면 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딕스 박사 연구팀은 실험에 참여한 13마리의 개가 저항 없이 fMRI 기계에 들어가고, 스캔하는 동안 가만히 누워 있도록 몇 달에 걸쳐 훈련시켰다.
이에 대해 듀크 대학 진화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해어 씨는 “개들은 언제든 실험 현장을 떠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어떤 동물도 이보다 더 협조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유경 인턴기자 (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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